정부 취업자 수 발표와 달라
한경연, “주 36시간 기준 환산 취업자수 20만7000명 ↓”

[FE금융경제신문=정순애 기자] 최근 일자리 쪼개기, 단기 알바 등의 현상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일자리 문제와 관련한 근로시간(36시간 이상·미만)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 일자리 양과 질을 고려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취업자 수를 주 36시간 근로시간 기준으로 환산해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 수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에게 의뢰해 파악한 '근로시간을 고려한 취업자 수 분석'자료에 따르면 1주일 36시간 일자리 기준 취업자 수를 환산한 결과, 취업자 수는 2019년 2488만4000명으로 지난2017년 2509만1000명보다 20만7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서 공표되는 취업자 수는 같은 기간 2699만2000명에서 2732만2000명으로 33만명 증가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로 조사됐다.

이는 통계상 취업자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들여다보면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기간 주 36시간 이상 일한 취업자 수는 71만5000명 감소한 반면 주 36시간 미만 일한 취업자는 100만5000명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60대 이상에서는 공식 취업자 59만4000명 증가했지만 주 36시간 이상 일자리 기준 환산 취업자수는 36만3000명 상승에 그쳤다.

30~40대의 경우 공식 취업자수는 약 37만 명 감소했지만 환산 취업자수는 52만7000명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20대 이하에서는 공식 취업자 4만8000명 줄었지만 36시간 근로시간 환산 취업자 수는 10만8000명 감소했다.

연구용역을 진행한 박 교수는 “근로시간을 고려한 주 36시간 이상 일자리 기준 취업자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단기 일자리 촉진,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영향으로 주 36시간 이상 근무할 수 있는 일자리가 단시간 근로로 대체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별로는 농림어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공무원),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을 제외한 주로 민간산업 분야의 환산 취업자수는 2019년 2079만8000명으로 지난 2017년 2120만4000명보다 40만6000명 줄었다.

제조업(17만명), 교육서비스(10만명), 도소매업(9만6000명) 분야에서 감소폭이 두드러지면서 전체 산업의 환산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각 취업자의 주 근로시간을 모두 합산한 고용총량 변화를 추정해 보면 전체 일자리 변화가 더 분명히 드러났다.

각 취업자의 주 근로시간을 모두 합한 고용총량은 2019년 11억2792만2000 시간으로 지난 2017년 11억7531만1000 시간보다 4738만9000 시간 줄어 2년 전보다 4.0%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동기간 1718만5000 시간, 도소매업 1096만2000 시간, 사업시설·사업지원·임대 서비스업 663만6000 시간, 숙박·음식점업 581만1000 시간 순으로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근로시간대(36시간 이상·미만)를 감안한 일자리 통계가 필요하며 양과 질 모두 고려한 일자리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취업자 수가 고용 상황을 파악하는 주요 지표가 될 수 있지만 근로시간 등 일자리 질과 관련된 지표들도 고려돼야 한다. 정부 고용동향 발표에 '주 36시간 이상 일자리 기준 환산 취업자수' 등 보조지표가 함께 제공된다면 일자리 정책을 질적으로 평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단기 공공일자리, 임시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36시간 이상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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