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 따라 재건축조합 혼란... "선분양이냐 후분양이냐" 판단도 못내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부활은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 추진에 결정적 장애요소
일반분양 분양가가 낮아질수록 조합원 부담 가중

 

[FE금융경제신문= 김용주 기자]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 카드에 가장 큰 혼란에 빠진 곳은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조합이다.

지난 8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간택지도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며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지정 요건을 개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겠다는 정부 입장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다. 국토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이나 범위,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발표에 따라 재건축조합은 혼란에 휩싸였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부활은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추진할 때 큰 장애요소로 꼽힌다. 일반분양 분양가가 낮아질수록 조합원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상아2차, 서초구 신반포3차·반포경남, 강동구 둔촌주공 등 재건축조합은 조합에 보다 유리한 쪽을 저울질 중이다. 일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강화된 분양가 통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을 결정했지만 뒤집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아2차 조합은 지난달 대의원회의를 통해 후분양 방식을 총회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결의했다. 후분양제를 채택하면 조합원들의 개인별 분담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결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상태는 아니다.

따라서 총회 시작 전 분양가상한제 관련 개정안 내용이 구체적으로 발표되면 결정사항이 바뀔 가능성도 크다. 아직 총회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신반포3차·반포경남 조합도 후분양 방식을 확정하지 못했다며 조합에서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합 관계자는 "아직 후분양을 하느냐, 선분양을 하느냐 확정된 건 아무 것도 없다"며 "만약 선분양을 하더라도 내년 8~9월에 하기 때문에 결정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신반포3차·반포경남은 지난해 11월30일 이주를 끝내고 건축물을 철거하는 중이다. 조합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 관련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둔촌주공 조합도 지난 2일까지 분양신청을 받아 집계를 진행 중이다. 분류작업이 끝나고 잔여세대가 나오면 9월 중 조합원 분담금 확정 등을 위한 관리처분변경 총회가 열릴 계획이다. 이때 조합 측이 산정하는 분양가도 사실상 확정되기 때문에 후분양에 대한 논의는 그 전에 진행될 방침이다.

재건축단지 인근에서 중개업을 하는 한 중개업자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도 적용한다고 한다면 이주도 안 하고 사업 시행도 안 했을 거라고 조합원들이 분통을 터트린다"며 "분양가상한제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를 시작해 분양을 앞둔 재건축단지뿐만 아니라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 단계의 재건축조합들도 고민에 빠졌다.

안전진단을 앞둔 서울 송파구의 한 재건축단지 조합원은 "안전진단을 받은 다음에 용적률을 포함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는데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면 용적률 300%를 최대로 채워도 사업성이 안 나올 수 있어서 걱정"이라며 "용적률에서 합의가 안 되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조차 안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이 더욱 미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사업 인·허가를 촉구하며 지난 10일 시위에 나선 잠실5단지 조합원도 "일단 사업을 시작해야 분양가상한제도 논의할 수 있기 때문에 빨리 인·허가를 해달라고 시위를 하는 것"이라면서도 "조합이 부담해야할 금액에 대해서 다들 관심이 때문에 분양가상한제로 술렁이는 분위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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