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시장 예상 뒤집고 3년1개월 만에 전격 인하 발표
미 연준 금리인하 기대·수출 부진 장기화 등 경기 하강 선제 대응
[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1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주열 총재 주재로 서울 태평로 한은본관에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75%에서 0.25%포인트 내렸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 2016년 6월 이후 37개월 만이다.
앞서 지난 3~8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관련 종사자 2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금리동결을 예상했으며, 30%만이 금리인하를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한은 금통위가 오는 30~31일(한국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를 지켜본 뒤 금리를 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 예상과는 달리 금통위는 FOMC의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했다. 전문가들은 당초 전망보다 크게 둔화된 국내 경제성장률과 커진 대외불확실성이 이번 금리 인하 결정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국내 수출 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었다. 관세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7월 1~10일 수출입현황’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135억6100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6% 감소했다.
수출의 20.9%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 부진은 여전히 부진했다. 반도체는 전년 동기대비 25.0%나 급감했다. 선박(-16.9%)과 석유제품(-3.0%)도 감소했다.
게다가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 3종의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반도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씨티와 골드만삭스는 일본의 수출 규제의 단기적인 여파는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소재공급이 3개월 이상 완전히 중단될 경우에는 국내 반도체 생산과 기업의 영업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한다고 봤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이달 말 금리 인하가 확실시된다는 점도 한은의 금리인하 결정 부담을 덜어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0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11일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글로벌 경기둔화와 무역갈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며 이달 말 금리인하를 잇달아 시사했다.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이제 시장의 관심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향했다.
지난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는 2.4~2.5%의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다. 그러나 해외은행(IB들)은 사실상 2%대 성장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한·일 간 무역 이슈가 이미 국내외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한국 경제에 추가 하방압력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1.8%로 낮췄다.
앞서 지난 4월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2.5%를 전망했지만, 반도체 경기 불황 및 국내외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은 만큼, 지난 4월 내놨던 전망치 2.5%를 0.1~0.2%포인트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추가금리 인하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시장 예상보다 일찍 금리를 내렸고, 하반기에도 경기 개선효과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연말 쯤 금리를 한 번 더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의 금리 인하가 집값 반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신중론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