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17일 부당노동행위 위반으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소고발 접수
위원장 선거 개입한 노사협력부장 최근 인사부장으로 발령…사측 ‘묵묵부답’

[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지난 3월 취임 이후 행복 경영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며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한 지성규 KEB하나은행 은행장이 노동조합과의 대화에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모양새다.

18일 KEB하나은행노동조합은 노조통합 조합원 총투표 개입, 노조 집행부 선거 개입 등을 이유로 전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사측을 고소 고발했다고 밝혔다.

사측은 지난 2016년 9월 26일 실시한 옛 하나은행노조와 옛 외환은행노조의 합병 여부를 묻는 조합원 총투표에서 조직적으로 지배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해당 의혹에 대해 노조 측은 당시 옛 하나은행 아무개 본부장이 각 지점장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그룹채팅 메시지를 증거로 제시했다.

9월 23일자로 작성된 메시지에는 ‘공지사항을 알립니다-매우 중요’라는 내용을 시작으로 지점장들에게 ‘9월26일 출근 후 전 직원 투표를 진행하고 투표 종료 후 개표를 해 찬성과 반대 인원 수를 보고하라’는 지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조합원 총투표가 끝난 뒤 모바일 앱 익명게시판인 ‘블라인드’에서도 지점장과 본부장 등의 관리자들이 조직적으로 찬성표를 던질 것을 종용한 정황을 적은 글들이 수십 건씩 올라왔다.

게다가 당시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했던 옛 하나은행노조와 외환은행노조도 사측의 개입을 인정하며 노조 측 주장에 힘을 보탰다.

옛 하나은행노조가 발행한 당시 소식지에는 “일부 경영진이 자주적 집단인 노조의 의사결정 과정인 조합원 총회에 대해 자신들의 의사를 밝히고 개입함으로써 혼란을 부추긴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라고 적혀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측은 지난 2016년 10월 26일 있었던 노조 집행부 선거에 적극 개입한 의혹에도 휘말렸기 때문이다.

후보 등록 과정에서 사측은 관리자들을 동원해 새로 출마하려는 후보들에게 직접 “왜 굳이 집행부 선거에 출마하려로 하느냐”, “입후보 해 봤자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 등으로 옛 노조 집행부 출신 후보 이외에 다른 후보들이 집행부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회유와 압박을 행사했다.

게다가 기호 2번으로 선거에 참여한 옛 노조 집행부 출신들은 자신들이 당선될 경우 사측이 노조통합 보로금 100%를 지급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조합원들에게 대량 발송하며 가짜뉴스를 양산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측의 여러 불법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 하나은행노동조합은 이미 지난 2017년 5월경 한차례 고소 고발을 했지만, 문재인정부가 ‘부당노동행위 근절 방안’을 발표하고, 부당노동행위 집중감독에 나서면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중재로 고소를 취하했었다.

하지만, 합의 이후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진상조사와 관련 임직원에 대한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2016년 위원장 선거 때 직접적으로 개입한 당시 노사협력부장이 최근 인사부장으로 발령 나면서 노사 간의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노조 관계자는 “인사부장의 인사발령이 있자마자 노조에서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사측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통해 노조는 “2016년 위원장 선거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던 당시 노사협력부장을 처벌은 고사하고 인사부장으로 발령 낸 것은 올해 있을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 한차례 더 개입하려는 사측의 의도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7년 1월 출범한 하나은행 통합 노조는 하나·외환 출신 1명씩으로 구성된 2명의 공동 위원장 체제로 운영 중이며, 올해 하반기에 있을 선거에서는 단일 집행부를 선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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