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온 길 최종구 위원장과 흡사 … 금감원과 갈등 이어갈지도
사업비 조정안 등 굵직한 현안 그대로 … 업계 숙원 연속성 가질지 의문

9일 금융위원장으로 내정 된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사의를 발표한 지 2주 만에 금융위원장 자리에 현 수출입은행장 은성수 행장을 내정하면서 금융업계는 또 다시 윤석헌 금감원장과 갈등을 일으킬 것인지 합을 잘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걸어온 길 최종구 위원장과 흡사 … 은 내정자 “최 위원장은 백점만점 위원장"

9일 은성수 현 수출입은행장이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됐다. 수출입은행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지정 된 것은 이번이 역대 세 번째로 문재인 행정부에선 최종구 위원장 다음인 두 번째로 내정 된 인물이 됐다.

올해로 52세 군산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 및 하와이대 경제학과 석·박사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7회로 1984년 공직에 입문했다.

1998년 IMF(국제 통화기금)의 구제 금융을 받던 시절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과와 청와대 구조조정기획단에서 64조원의 공적자금 조성 계획을 세웠고 이를 빌미로 금융업계 구조조정을 추진해 국내 금융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2011년엔 기재부 국제금융과장을 맡아 한·일, 한·중 통화스와프 확대 체결을 이끌어냈다. 거시건전성 3종 세트도 도입했다. 유럽 재정위기였던 당시의 상황을 잘 극복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세계은행 상임이사와 한국투자공사 사장을 거쳐 지난 2017년 9월부터 한국수출입은행장을 맡고 있다.

이처럼 은 내정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비슷한 흐름으로 걸어왔다. 최 위원장 역시 재경부 국제금융과장, 기재부 국제금융국장, 국제 경제 관리관 등을 거친 국제금융 전문가며 금융위원장 지명 당시 수출입은행장으로 재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종구 위원장이 자신의 후임으로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을 추천한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공교롭게도 이 날 오전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후보자 지명 기자회견 자리에서 은 내정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에 대한 평가로 100점 만점의 금융위원장이었다고 추겨 세우기도 했다.

◇ 금감원과 갈등 재현될까? … 금융소비자 이익과 다른 혁신 될 수도

문제는 최 위원장이 임기 내내 삼성바이오 로직스 분식회계 관련해서 금융감독원과 사사건건 충돌하며 갈등을 표면화 시켰을 뿐만 아니라 보험 정책을 내놓을 때도 금감원과 사전 교감 없이 TF를 발족하며 시장에 혼선을 주기도 해 썩 좋은 위원장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특히 금융소비자 단체들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소비자 단체 한 관계자는 “오랫동안 관에서 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탓에 혁신을 주도하기보다는 기존의 시스템에서 안주할 것 같다”며 “이럴 경우 적극적으로 감독하며 개혁을 하겠다는 금감원과는 마찰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대외적으로 미·중 무역전쟁 및 일본 發 무역보복 등 현안을 두고 알맞은 인재가 필요했다는 점에서 이번 내정자가 국제 금융시장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뽑힌 만큼 얼마나 안정적인 관리를 해나갈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이날 회견에서 은 내정자는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은 당장은 큰 문제없다고 생각한다”며 “스스로 위기라고 하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위기가 온다. 현 상황에서 위기나 파국을 얘기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금융업으로 보나 소비자 입장에서 보나 혁신이 필요하다”며 “혁신을 통해 금융 시스템도 안정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방점을 두고 싶은 것은 혁신”이라며 소비자 보호 기조와 맥을 달리하는 방향으로 혁신을 이끌어 갈 것으로 풀이된다.

◇ 사업비 조정안 등 굵직한 현안 그대로 … 손해율 개선에 도움 줄까?

보험업계에서는 은성수 내정자에 대해서 말을 최대한 아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 불황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생존을 걱정할 만큼 위기인 만큼 갈등을 최소화 하려는 모습이다.

이미 보험업 감독규정 개편안 및 사업비 조정안이 발표되면서 뒤에 들어올 은 내정자의 부담은 덜어졌지만 GA업계의 큰 반발이 남아있는 상황이기에 추후 어떤 변화를 내 보일지는 모르기도 하다.

게다가 손·생보업계 모두 장기보장 및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계속 악화되면서 경영악화가 현실화 되는 부분이 있다.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인식으로 그동안 보험료 인상을 막고 있지만 금리 인하시기에 접어든 만큼 달리 방법도 없어 보험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융소비자의 고민보단 혁신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말처럼 기업 활력에 초점이 맞춰질지는 두고봐야할 전망이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 정확히 어떤 분인지 알 수는 없다”며 “업계가 여러 현안에 대해서 힘들어 하고 있는 만큼 좀 더 업계를 잘 이해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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