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 회장 취임 후 "제대로 한 게 있는가?" 행내 목소리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 매각 놓고 충돌...계열사 편입 기업, 방만 관리
140여개 기업 구조조정 문제 등은 "KDB인베스트먼트 설립으로 책임 전가"라는 비판도

 

 

[FE금융경제신문= 김용주 기자] 지난 8월초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임에 대한 금융계의 관심은 뜨거웠다. 당시 금융위원장 후보로 "누가 될 것인가"에 많은 하마평이 나돌았다. 그중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이 강력한 후보였다. 노무현 정부에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금융위원장 자리를 노려볼 만 했을거라는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결국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으로 낙점됐다.

"이동걸 회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할 수 있을까? 허나 비판 목소리도 많고. 금융계에서는 금융위원장 그릇은 아니라는 사람들이 많아. 산업은행에서 보여준게 없잖아?" 기자와 오랜 친분이 있는 모 금융지주 부행장의 말이다.

금융계에서는 이동걸 회장이 KDB산업은행을 이끌어 오면서 내세울만한 경영성과는 없고 이런 저런 구설에 오르내린 탓에 본인 스스로 고사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사실 당시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이 차기 금융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금융권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대표적인 건이 대우조선해양 문제. 지분의 헐값 매각은 물론, 대우건설 매각과정에서 대규모 인력감축이나 사업구조 개편으로 산업은행 내외부에서 마찰음이 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 인사들과 친분이 높다는 이유로 금융위원장 후보에 오르자 논란이 커졌던 것이다. 이동걸 회장은 이른바 '장하성 라인'으로 불리운다.

또 이 회장은 임기가 반년 밖에 남지 않았기에 뭔가 가시적인 성과 내기에 분주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KDB생명 등 굵직한 기업 매각 작업이 남아 있고, 시민단체·노조와 충돌이 여전한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금융위원장 영전설이 흘러나오자 비판이 제기됐던 것이다.

현재 KDB산업은행은 국민혈세를 퍼부어 계열사로 편입한 기업의 방만한 관리로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이 계열사를 헐값에 매각하려고 하자 반발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정부가 현대중공업과 대주주인 정몽준 전 회장에게 헐값에 매각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KDB산업은행이 17년여 간 13조원의 혈세를 투입했지만 여전히 부실기업이라는 멍에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일본의 승인을 받기가 불투명한 가운데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원상태로 되돌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KDB산업은행의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의 수장이 은성수 금융위원장 내정자로 바꿔진데 이어 재벌개혁론자로 알려진 조성욱 서울대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된 것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한국과 중국에 기업결합 심사신고서를 제출한데 이어 유럽연합(EU), 카자흐스탄, 일본 등에도 기업결합 심사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여기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일본이다. 사이토 유지 일본조선공업회 신임 회장은 지난달 19일 도쿄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토 회장은 "각국의 공정당국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결합을 그냥 지켜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한국에 수출규제를 하고 있는 일본에 기업결합 심사신고서 제출을 늦추고 유럽연합과 카자흐스탄에 먼저 기업결합 심사신고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KDB산업은행이 혈세 3조2000억원을 투입해 계열사로 편입한 대우건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줄곧 부진한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며 결국엔 매각도 무산됐다. 매각 무산의 결정적 원인은 호반건설의 인수과정에서 드러난 부실 경영에 대한 은폐 의혹이었다. 당시 KDB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최대주주로서 관리 부실의 책임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현재 KDB산업은행은 관리하고 있는 140여개의 구조조정 기업들은 전담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에 전부 이관하는 방침을 세웠다.

이동걸 회장은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1월 사퇴 의사를 밝히며 당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던 은산분리 완화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따라 소신 있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남아있는 연구원들의 연구방향에 큰 부담을 남겼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자기 할 말만 한다는 비판도 금융계는 물론 행내에서도 나온다. 방대한 규모의 KDB산업은행 그룹을 이끄는 수장이 하기에 부적절한 발언도 여러 차례 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 GM이 2018년 하반기 일방적으로 연구개발법인 분리를 추진하면서 이동걸 회장도 산업은행 무용론과 책임론에 시달린 경우도 있었다.

이동걸 회장의 퇴임 후 KDB산업은행 재임시 평가는 과연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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