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한마디/권이향 기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 이번에는 해외금리연계 파생상품(DLS)다.

주식·주가 지수 이외 금리·원유 등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따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DLS는 비상장증권이다. 최근 은행들이 DLS를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한 DLF(파생결합펀드)가 원금 대부분을 날릴 위기에 처하면서 사회문제로 급부상했다.

당장 내달 19일부터 첫 만기가 돌아오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형 DLF는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지난 5월부터 마이너스 금리 구간에 진입했다. 이후 최근까지 -0.6%대에 머물고 있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우리·KEB하나은행이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한 독일 및 영국·금리 연계 DLF 상품의 45.7%(2020억원)가 65세 이상 고령층이었다는 것이다. 투자한 개인 고객 10명 중 4명이 문제의 상품을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DLF 매수자 10명 중 2명이 이런 고위험 상품에 투자를 해본 적 없는 안정 성향인 것으로 조사됐다. 65세 이상 등 고령층은 금융지식이 부족한 탓에 PB를 포함한 관리직 직원이 투자자의 상품에 대한 지식수준, 재산 상황, 건강 상태 등을 충분히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DLF 사태에서는 이러한 고령투자자 보호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 ‘불완전 판매’논란이 되풀이됐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금감원이 20개 금융회사 440개 점포를 대상으로 파생결합증권 판매에 대해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한 결과, 증권사 15개사의 평균 점수는 83.9점으로 높은 반면, 은행 14개사의 평균 점수는 64.0에 그쳤다. 우리은행은 미흡으로, 하나은행은 최하 등급인 저조 등급을 받기도 했다.

이는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은행들이 영업점 직원들에게 판매수수료가 높은 고위험상품 판매를 부추기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국내 은행들의 KPI 항목이 수익성(평균 54.0%), 고객유치(19%), 여·수신 규모(13.9%) 등 단기 실적 위주며, 건전성(9.5%)·고객보호(1.8%)등에 대한 배점 비중은 턱없이 낮다는 점이 방증한다.

이 때문에 금융연구원은 국내 은행의 실적 위주 KPI는 과당경쟁과 불완전판매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소비자 보호보다 수익이 우선시 되는 국내 금융환경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9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더욱 큰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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