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 "산은과 수은의 합병을 정부에 건의하겠다"
"지방이전은 진보가 아닌 퇴보, 쓸데없는 논의 자제해 달라." 등 파격 발언
수출입은행 " 수장 공석인 상황에서... 황당하다" 불편한 반응
금융계 "개인 차원 얘기, 현실화 불가능... 공개석상 발언은 조심해야"

 

[FE금융경제신문= 김다운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수출입은행과의 합병건을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등 폭탄 발언에 금융계가 발칵 뒤집혔다.

11일 취임 2주년을 맞는 이 회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책금융이 많은 기관에 분산돼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산은과 수은의 합병을 정부에 건의하겠다" "지방이전은 진보가 아닌 퇴보다. 쓸데없는 논의는 자제해 달라."는 등 파격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이 회장은  "지난 2년간 정책금융 경험을 토대로 개편의 필요성을 이슈를 던지는 것"이라며 "산은과 수은이 합병할 때 시너지가 강화돼 정책금융기관으로서 훨씬 더 많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동걸 회장의 발언에 수출입은행은 "황당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특히 전날인 9일 은성수 신임 금융위원장의 취임으로 수은 행장 자리가 공석이 된 상황에서 이러한 민감한 이슈를 꺼내 든 것은 "도의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수은 관계자는 "사전에 아무런 상의 없이 공식석상에서 이런 이슈를 꺼내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20년 후 산은 전체 수익의 절반을 해외 시장에서 올리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를 지원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는 "글로벌화는 산은을 포함해 은행업계가 시급히 달성해야 하는 과제"라며 "산은은 기업금융,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해외시장에서 미래먹거리를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산은은 민영화 대상으로 지목돼 정책금융을 맡은 정책금융공사를 분리했으나,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이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며 다시 정책금융공사와 통합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산은이 국내 산업발전에 대한 금융지원을, 해외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은 수은에 하도록 '교통정리'를 해줬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의 민영화 추진이 물거품 됐고, 미래 먹거리로 기대를 걸었던 남북경협 관련 기금 사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구조조정 업무도 KDB인베스트먼트에 맡기기로 하면서 산은은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또  "하지만 정부가 2013년 산은과 수은 업무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하면서 현재 해외 PF론 같은 해외 중장기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은 공적수출신용기관인 수은이 전담토록 했다"며 "그러니 해외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산은 입장에서는 답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KDB산업은행은 "산은 내부검토 및 정부 협의를 거치지 않은 개인 차원의 아이디어"라며 "혁신성장 지원, 미래산업 육성, 정책금융 공급능력 제고를 위해 유사한 성격은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견"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회장이 정부에 실제로 건의를 하더라도 현실화 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안다는 게 중론이다. 이 회장 역시 "현실적으로 부처 이해관계 때문에 어렵다"며 "부처 장관들을 어떻게 할 수 없고 제 능력 밖이니 산은 수장으로써 이야기를 꺼내고 정부와 협의를 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사견일 뿐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며 "건의가 들어오더라도 두 조직 자체가 워낙 크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히게 될 것이며, 현실화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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