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로페이, “메기효과가 아닌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
[기자수첩] 제로페이, “메기효과가 아닌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
  • 정성화 기자
  • 승인 2019.11.04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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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지난달 1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는 ‘제로페이’를 두고 여야간 설전이 오갔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에 도움을 주고자 지난해 12월에 출시한 QR코드 기반 결제서비스로 서울시의 역점사업 중 하나이다.

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은 “간편결제 이용률을 보니 삼성페이가 24%이고 제로페이는 0.01%로 나왔다”며 “제로페이가 작년 12월 도입된 이후 월 평균 결제액이 19억 원에 불과, 삼성페이와 차이가 현저하다”고 제로페이 사용실적을 정면 비판했다.

이에 덧붙여, 송언석 의원은 “관(官)이 주도하는 경쟁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며 “지자체, 정부가 나서 시장에 직접적으로 관여해서는 시장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는 것을 이길 수 없는데 그 단적인 예가 제로페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여당의원들은 제로페이가 이제 막 출범한지 1년도 채 안됐다며 옹호하고 나섰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메기효과를 예를 들어 제로페이에 대한 비판을 정면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제로페이가 시행한지 채 1년이 안되서 일각에서는 실패한 사업이 아니냐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것 같다”며 “신용카드가 보급돼 정착되는데 수십 년이 걸렸고,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도 가맹점 모집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제로페이는 생각보다 빨리 자리 잡은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제로페이의 저실적을 두둔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제로페이로 시장에서 이른바 메기효과가 이미 발생했다”며 “저희가 제로페이를 하겠다고 선언하니 벌써 카드수수료가 굉장히 내렸다”고 주장했다.

메기효과란 미꾸라지를 장거리 운송할 때 수족관에 메기 한 마리를 함께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생기를 얻고 죽지 않는 것을 일컫는 것으로 박원순 시장의 발언 배경은 제로페이가 카드사의 자발적 카드수수료 인하 노력을 가져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현장의 목소리는 어떨까, 지난달 16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청 인근 한 식당에서 점심시간 상황을 지켜본 결과, 1시간 동안 160건이 결제되는 동안 제로페이는 단 1건이 결제된 것을 볼 수 있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상인들도 제로페이 사용에 불편을 호소했고, 사용자들은 큰 혜택이 없어 외면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한 상인은 “필요치 않은 걸 자꾸 국민 혈세가 나가는 것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다”고 제로페이 결제용 QR코드를 제거한 배경을 노골적으로 밝혔다.

실제로 제로페이가 세금만 먹는 관제(官製)페이라는 비판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실제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제로페이 홍보 예산으로만 98억을 집행했다.

물론, ‘제로페이 정착에 더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정작 제로페이로 인해 카드수수료 인하 혜택을 보게 될 상인들로 부터 외면을 받는 지금의 현실은 제로페이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또한, 첫 단추부터 카드업계와 결제 관련 업계가 수십년간 만들어 놓은 인프라를 소상공인들의 카드수수료를 착취하는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관점도 문제가 있다. 애초에 지금까지 제로페이에 투입된 혈세가 다른 방식으로 소상공인 지원 예산으로 쓰였다면 더 효율적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때로는 잘못된 정책을 빠르게 인정하고 수정·폐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민간이었다면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안 되는 사업은 과감히 접었을 것이다. 서울시와 정부는 제로페이에 대한 활성화를 고민하는 것과 동시에 지금 시점에는 매우 조심스럽지만 출구전략도 고민하는 것을 제언한다.

정성화 기자  jsh1220@f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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