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슈 및 이익단체 반대로 법안 심사조차 밀려 … 소비자 단체끼리도 갈렸다
모처럼 기업·정부·소비자 뜻 맞는 입법안 … 10년째 대답 없는 메아리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에 대한 방안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해 본격 논의가 시작됐지만 그동안 쌓인 법안들이 많아 결국 후순위로 밀려났다. 벌써부터 손해보험업계는 이번에도 물 건너갔다는 반응을 내비치면서 아쉬워하고 있다.

21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이 날 2시 정무위원회에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인터넷은행법, 신용정보법 및 보험업법 개정안을 두고 본격 법안 심사에 들어갔지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각종 이익단체 반대와 은행업권 이슈에 밀려 논의조차 후순위가 되면서 이뤄질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20일 청구 간소화 법안 논의 순서가 29번이었지만 이 날엔 42번으로 밀렸다. 이는 이미 사회적 논쟁이 뜨거운 신용정보법과 K뱅크 증자 관련한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을 먼저 처리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지난 10월에도 심사소위 안건에 포함됐지만 시간에 밀려 심사를 못 받은 전례가 있어 이 날도 못 받을 경우 다음 달 올해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 될 기회조차 잃어버릴 수 있다. 한마디로 이번에 밀리면 다시 상정되기도 힘든 법안인 셈이다.

다만 이번 법안 심사에 들어가기 전 보험업계와 보건의료업계 간의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면서 업권 간의 큰 싸움으로 비화되는 양상을 보여 관심을 끌었다. 결과가 어떻게 나든 희비는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반대하는 쪽은 의사협회와 보건의료시민 단체들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가 통과 될 경우 의료법 제 19조인 의료기관이 민감 정보인 의료정보를 민간중개기관, 나아가 보험사에게 넘기는 것은 개인의 의료정보를 보호하도록 한 법을 정면 위반하는 것이기에 보험업법 개정이 이를 정당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건강보험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인 심평원이 민간 실손 보험사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심평원의 기능과 책무에 부합하지 않기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대로 금융소비자 단체들에선 10만원 미만 소액 실손보험 청구 절차조차 복잡해 돈을 내고도 정작 혜택을 못 받는 소비자들이 많다면서 이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해당 법안이 꼭 필요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날 소비자단체도 둘로 나뉘어 청구 간소화 문제를 두고 성명서를 서로 발표하면서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손보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가 통과되면 좋겠지만 이번에 통과 될 것이라는 기대는 솔직히 안하고 있다”며 “막상 통과 된다 해도 의사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고 여야 대치 국면에서 입법이 된다는 보장도 없어 오늘 논의에 들어갔다는 것 외에 기대를 놓는 것이 속 편하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간소화 될 시 실손보험 청구가 많아질 수 있어 초반에 반대를 했지만 소비자 권익보호 차원에서 업계 우려를 잠재우고 관리비용 절감 차원에서 소비자단체와 뜻을 같이 한 것”이라면서 “일부 이익단체의 반대를 위한 반대가 결국 소비자의 이익만 해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날 심사대상 이었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는 끝내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밀린 것으로 전해져 이번 국회 중 결국 폐기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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