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결국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비용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탄생한 제로페이가 활성화에 큰 악재를 만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제로페이의 소득공제율을 30%로 낮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소득공제율이 40%인 정부 개정안 대신 여야 합의로 대체법안을 만들어 처리한 것이다.

이는 기존 체크카드·현금영수증과 동일한 소득공제율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제가 더 복잡한 제로페이를 사용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서울시와 정부는 제로페이 도입과 동시에 소득공제 40%를 약속하면서 출범 당시부터 꾸준히 '소득공제 40%'라는 문구를 사용, 대대적인 홍보를 이어왔다.

지난 4일까지 소득공제율 40%라고 홍보하던 제로페이가 5일 은근 슬쩍 30%로 홍보문구를 수정했다.(제로페이 모바일 웹 페이지 캡쳐)
지난 4일까지 소득공제율 40%라고 홍보하던 제로페이가 5일 은근 슬쩍 30%로 홍보문구를 수정했다. 미처 스마트폰 이미지의 40%은 수정하지 못했다.(사진=제로페이 모바일 웹 페이지 캡쳐. 왼쪽 이미지 4일, 오른쪽 이미지 5일 오후 기준)

제로페이가 활성화 되면 소상공인들은 카드수수료 절감 효과가 있고 소비자는 40%의 높은 소득공제율 혜택을 받아 상인과 소비자 모두 윈윈(win-win)이라는 주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카드업계와의 형평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 했다.

결국 형평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앞서 열린 지난달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회의에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제로페이에만 혜택을 과하게 준다면 신용카드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 직불카드 이용자들이 바로 빠져 나갈 텐데 직불카드 이용자들한테는 왜 혜택을 주지 않는 가"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입한 것을 정부가 국민세금을 쓰면서까지 지원해주는 것은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러한 지적은 그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그보다 앞선 지난 10월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는 제로페이 소득공제율 홍보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이날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은 “제로페이 소득공제율이 40%라고 홍보를 했는데 법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적용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 법(세법개정안)이 국회에 통과되지도 않았는데 저렇게 홍보하는 행위는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 아니냐. 당장 손을 떼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제로페이 소득공제율이 30%로 결정된 것을 두고 정치권이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제로페이의 발목을 잡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야당이 제로페이를 도입한 박원순 시장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제로페이의 태생 자체에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로페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으로 서울시와 정부의 주도하에 탄생, 끊임없이 '관치페이', '관제페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녔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지난달 민간법인으로 만들고 운영권을 이양했다.

'야당의 발목잡기'이든 '관제페이'의 한계이든. 결론적으로 올 한해 서울시와 정부의 말을 믿고 소위 '13월의 월급'에서 40% 소득공제율을 기대하며 제로페이를 사용한 소비자는 체크카드와 동일한 30% 소득공제율을 적용받게 됐다. 정부와 서울시를 믿은 소비자가 결국 피해자가 됐다.

한편, 제로페이 홈페이지에는 지난 4일까지는 소득공제율 40%라고 기재해놓고 다음날인 5일에는 30%로 수정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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