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9월 19일 설립, 올해로 창립 50주년 맞은 제주은행
500억 원 유상증자 성공적으로 완수... 거액여신 등 정리 클린뱅크 초석 다졌다.
'금융센터제도'와 'RM 영업체계' 도입, 지역밀착 영업력 강화

서현주 제주은행장
서현주 제주은행장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올해는 제주와 함께 동고동락한 지역 대표 은행 제주은행이 창립 50주년을 맞는 해이다.

제주은행은 50년 전인, 1969년 9월 19일, 금융 업무의 지역적 분산과 지역 경제의 발전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종합은행으로서 여러 서비스 시작, 고객을 확장한 끝에 1996년에는 총 수신 1조원 돌파 기록을 세웠으나, 1997년 말 외환위기에 따른 경영난을 겪으면서, 결국 2002년 신한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현재, 제주은행은 신한금융그룹 내 자회사이면서, 제주와 50년을 동고동락한 지역성을 동시에 갖는다.

제주은행 서현주 은행장은 신한은행 출신이다. 그는 지난해 3월 제주은행장으로 취임, 신한금융의 선진금융기법을 바탕으로 제주은행을 강소은행으로 만들기 위해 달려왔다.

그는 지난 9월 창립 50주년 언론기고문을 통해 "관점과 사고의 전환에 기반한 본질적인 개선, 즉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라며 "제주은행이 추구하는 '작지만 강한은행’, 즉 '제주대표 강소은행'이라는 지향점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디지털 경쟁력을 갖춘'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었다.

제주은행의 창립 50주년의 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서현주 은행장을 통해 제주은행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다음은 서현주 제주은행장과 일문일답.

-늦었지만, 먼저 창립 50주년을 축하한다. 창립 50주년인 올해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서 창립 50주년을 맞은 소감과 올 한해를 평가해 달라.

우선 지난 5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변함없이 깊은 애정과 성원을 보내주신 제주도민과 제주은행 고객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항상 지역과 함께 상생하며 진정성 있는 노력을 지속해 온 결과 오늘날 제주지역에서 제주은행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질 수 있었다.

올해는 연 초부터 창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창립 50년사 발간, 우수고객 초청 리셉션, 창립 50주년 기념 신상품 출시 등을 계획했고 올 한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다만, 국내외 경기 침체와 지역경기 둔화 등의 사유로 경영실적 면에서는 당초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아쉬움도 남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비대면 영업 확장을 통한 고객저변 확대 등 소기의 성과도 적지 않았다고 자평하고 있다.

-작년 3월 취임 이래로 시간이 꽤 흘렀다. 제주은행장으로 취임 후 역점을 둔 사업이나 자랑할 만한 성과가 있다면 말해 달라. 또한 내년도 새 역점사업이나 경영계획이 있다면 간략하게 소개 부탁한다. 

은행장으로 취임 당시, 제주은행은 지난 2014년부터 이어진 제주지역 경기 호황에 힘입어 단기간에 많은 외형 성장은 이루었지만 내실 다지기가 필요한 상태였다.

무엇보다 BIS비율 제고를 위한 자본 확충이 시급했고, 차별화된 현장 영업 강화와 미래를 대비하는 새로운 시장 개척이 꼭 필요했다. 

우선 지주사의 지원과 임직원들의 힘을 모아 5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아울러, 과거 취급했던 골프장 거액여신 등을 정리하며 클린뱅크의 초석을 다져 나갔다. 영업적인 측면에서는 '금융센터제도'와 'RM 영업체계'를 도입, 지역밀착 영업력 강화에 노력했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금융권 최초의 생활밀착형 비금융 플랫폼인 '제주지니'를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제주지니는 이미 지난 10월 다운로드 수 175만 건을 돌파해, 국내 관광 앱 중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했다.

다가오는 2020년도에는 무엇보다 ‘제주은행’하면 떠오르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다.  또한, 제주지역 내에서 리테일 영업 중심의 지역밀착 경영을 강화하고, 쉽고 편리한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 9월 창립 50주년 언론 기고문에서 제주의 '괸당문화'의 비효율을 혁신하고 건강하고 진취적인 '괸당문화'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는데, 발언배경이 궁금하다. 

'괸당'이라는 말은 본래 친척을 의미하는 제주도 방언으로 통상 멀고 가까운 친척들을 두루 일컫는 말이다. 

과거 척박했던 제주도의 자연 환경 아래 서로를 돕고 의지하며 살아온 공동체 정신을 요약한 좋은 단어라 할 수 있는데 최근 수년 사이 급격하게 늘어난 제주지역 이주민에게는 텃세로 느끼고 있어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 되는 점이 아쉽다.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제주은행 역시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동참하자는 의미에서 진취적인 '괸당문화'의 재정립을 이야기 한 것이다.

취임 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조직 내 소통 활성화와 이를 통한 조직문화의 혁신이다. 구체적으로는 직원들과 다이렉트 소통을 위해 '제주인 광장'이라는 온라인 채널을 개설하고 직원들의 의견에 은행장이 직접 답변을 하고 있다. 

또한, 타운미팅 방식의 회의 운영을 도입해, 단순보고 중심의 회의를 보텀업(Bottom-Up, 상향식) 방식의 회의로 바꿔 현장 중심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자율적이고 활기찬 조직으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또한, 제주은행은 20~30대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JDREAM’이라는 변화추진 조직을 창설해, 밀레니얼세대의 관점에서 조직문화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앞서 발언하신 것을 보면 '디지털 경쟁력 강화'라는 표현을 자주 쓰시는 것 같다. 시중은행과 달리 지방은행은 디지털 전환의 속도전에는 조금은 자유로울 법도 한데, 중점적으로 강조하는 이유가 있나?

제주은행은 지난 50년간 줄곧 지역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 왔다. 그러나, 제주라는 지역시장의 규모적 한계와 지리적 특성상 확장성 제약은 풀기 어려운 숙제였다.

다른 지방은행들처럼 수도권 진출을 통해 지역적 한계 극복에도 노력했던 적도 있었으나 확장정책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그 대가는 쓰라린 고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을 중심으로 한 급격한 환경 변화는 금융에서도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오고 있다. 변화가 기존방식의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모바일 등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디지털은 제주라는 시장의 규모적·지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오픈뱅킹 시범 서비스가 실시 됐다. 오는 18일부터는 핀테크 업체까지 참여가 확대되는 공식 출범을 맞는다. 오픈뱅킹이 활성화 되면 덩치가 큰 시중은행과 애플리케이션(앱) 경쟁을 해야 한다. 정면승부가 불가피 하다. 지방은행으로서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

앞서 디지털로 인한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밝힌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픈뱅킹은 지방은행들에게는 위협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향후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오히려 대형은행에게 반드시 유리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고객들이 편의성만으로 주거래은행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계좌통합관리서비스(어카운트인포)가 오픈될 때에도 같은 고민을 했지만 결과는 찻 잔속의 태풍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변화에 안일하게 대응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제주은행도 오픈뱅킹 실시를 나름대로 착실하게 준비해 왔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시장과 고객들의 반응을 모니터링 하면서, 고객 편의성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 

-올해 3분기 실적관련 질문을 하겠다.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4.99% 감소한 72억 1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실적이 갖는 의의를 주주들에게 설명해 달라.

해당 수치는 3분기까지 누적실적이 아닌 '18년 3분기'와 '19년 3분기' 실적만을 비교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이익을 비교했을 때 14.52%가 감소했다.

작년 대비 3분기 실적 수치가 급격하게 낮아진 이유는 '18년 3분기' 중에는 과거 취급했던 대규모 부실여신을 대외 매각하며 특수요인(충당금 환입효과)이 일부 발생했으나 '19년 3분기' 중에는 그러한 특수요인이 없었고, 최근 지역경기 하방에 따라 충당금 전입액이 다소 증가한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당분간, 국내외는 물론 지역경기 또한 회복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작년부터 건전성 관리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어 일시적인 실적 하락에 그칠 것이라 보고 있다.

-올해 3분기 실적이 6개 지방은행 중 1곳만 실적이 상승했고 나머지는 하락했다. 중앙 시중은행이 지방 영업활동을 강화하면서 지방은행들이 시중은행의 자금력과 경영노하우에 밀렸다는 분석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시중은행들의 지방 영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다소 불편하지만 사실이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자금력과 영업력에 지방은행이 밀렸다기보다는 지방은행의 부진은 지역자금의 역외 유출과 지역경제 침체 확대가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제주지역만 보더라도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 소속업체가 전무 함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면세점 및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유출되는 지역자금 규모가 상당하다.  지역경제와 운명을 같이하는 지방은행으로서는 엄청난 타격일 수밖에 없다. 

소수 지방은행이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해당 지역 경제 여건이 악화로 인해 이를 만회하고자, 최근 몇 년간 수도권 점포망을 집중적으로 확대하고 영업력을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지방은행으로는 독특하게 관광 플랫폼 '제주지니'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제주은행에서 여행플랫폼을 운영 중인 배경과 '제주지니'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앞서 발언한 것처럼, 지방은행은 지역경제와 운명을 함께 한다. 아무리 경영을 잘 한다 한들, 지역경제가 침체되면, 지방은행의 타격은 필연적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제주지니’의 탄생배경이다. 관광산업의 의존도가 큰 제주지역의 특성상, 관광산업의 활성화는 제주도민과 제주은행 모두 절대 외면할 수 없는 숙명인 것이다. 또한, 기존의 여행관광 앱들은 상업성에 초점을 맞춰 설계된 반면, 제주지니는 상업적인면을 배제하고 순수한 사용자 관점에서 설계했다.

제주지니가 누적 다운로드 수 175만건 돌파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이러한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생각한다. 

제주지니는 이미 중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중국어 버전도 출시했으며, 연내에 중국 내 주요 3대 앱마켓인 바이두, 텐센트, 360 등에도 진출 할 예정이다. '제주지니' 서비스를 제주를 대표하는 관광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동시, 지역과 지방은행의 상생의 모델의 대표 아이콘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제주은행의 임직원, 주주, 고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린다.

우선 이 기회를 빌려 지난 50년간 제주은행을 아껴주신 도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창립 5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시기에 은행장이라는 소임을 맡고 있다는 점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제주은행의 새로운 50년의 기반을 다지는데 최선을 다할 것을 도민 여러분께 약속드린다.

아울러, 다가올 새해에도 우리 제주은행 전 임직원은 한분, 한분 모든 고객께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진심을 다하겠다. 애정으로 지켜봐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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