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정부가 기업은행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10년 만에 내부 출신이 아닌 관료 출신 인사를 기업은행장으로 낙점했다.

지난 2일 금융위원회는 새 기업은행장으로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제청, 제 26대 IBK기업은행장으로 최종 임명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은행장 자리는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지난해 12월 27일은 김도진 前 IBK기업은행장의 이임식이 열렸다. 김 전 행장의 3년 임기가 만료되는 날까지 후임 은행장이 정해지지 않자, 한동안 IBK기업은행은 임상현 전무 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되기도 했다.

당초 후임 IBK기업은행장으로 유력하다고 전해졌던 인사는 반장식 전 일자리수석이었다. 그러나 노조와 노동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다.

IBK기업은행 노조는 IBK기업은행장 인사원칙으로 관료 배제·절차 투명성·IBK 전문성 등을 정부와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제시해왔다. 지난 10년간 이어진 내부출신 행장 문화를 지켜달라는 의미였다.

최근 10년간 IBK기업은행장은 모두 내부인사로 지난해 12월 퇴임한 25대 김도진 前 행장은 1985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30년 이상 근무, 24대 권선주 前 행장도 1978년 입행해 약 40년을 기업은행에서 근무했다. 23대 조준희 前 행장 역시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한 내부인사이다.

사실 법적으로는 정부가 외부인사를 임명해도 문제될 것이 없고 어떠한 조직이든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인물이라면 외부인사가 수장으로 오는 것에 반감을 가질 것도 없다. 민간기업도 조직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 외부인사를 데려오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외부 출신이냐 내부 출신이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이 해당 기관에 최고로 좋은 사람이냐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물며, IBK기업은행은 정부(기획재정부)가 지분 50%이상을 보유한 국책은행이며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은행장 임명권이 정권에 있다.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윤종원 신임 행장(전 청와대 경제주석)에 대한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윤종원 신임 행장(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한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업은행장 인사는 아쉬움이 남는다. 바로 ‘내로남불’ 때문이다. 2013년 당시 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기업은행장 후보로 떠오르자,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의원들은 “능력을 인정받은 내부출신 인사를 내치고 모피아(재부무 출신 관료+마피아)를 낙하산으로 보내 얻을 것이 없다”며 “관치는 독극물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당시 박근혜 정부는 내부출신인 권선주 행장을 임명했다.

상황은 변한 것이 없다. 단지 그때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고 여당이 되었다. 변한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공공기관 낙하산 임명을 줄기차게 반대했던 그들이 정권을 잡았을 뿐이다.

정말 안타까운 점은 다시 정권 바뀌어도 또 다시 낙하산 논란은 반복될 것이라는 점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여야 모두 지양하고 극복해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막상 정권을 잡으면 국책기관 및 공공기관장 임명권을 내려놓기란 쉽지 않다.

매번 반복되는 낙하산 논란을 그만 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장 인사권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법제화가 필요하다. 

다음은 IBK기업은행에 입행해 30년 이상 근무, 내부출신 인사로 은행장 자리에 올라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한 전직 은행장의 이임사 중 일부이다. 본지 기자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낙하산 인사', '내로남불'이 문제이며, 내부출신 인사가 무조건적으로 좋은 인사가 아니라는 것에 기본적 인식을 같이 하지만, 내부출신 은행장의 30년 이상 근무한 직장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묻어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저는) 35년간 단 하루도, 단 한 순간도 IBK인이라는 자부심을 잃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25대 은행장으로 임명된 것은 제가 IBK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습니다."

"비록 몸은 떠나지만 항상 IBK인으로 남겠습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IBK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