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신년사, ‘부동산 시장 안정’을 '우리사회 공정의 가치‘로 봤다
'버티면 안되고' '정부 말을 신뢰하게 되는 대책'을 국민들은 기대한다.

[FE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부동산 문제'는 어느 정권에서나 '풀리지 않는 숙제'다.  외교.국방 그 어떤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따더라도 '부동산 문제'가 요동을 치면 정부와 대통령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정부는 몇 개월이 멀다하고 초강력 대책을 내놓았고, 시장은 잠시 관망하다 금새 정부 대책을 무력화시켰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문재인 정부도 2017년 5월 출범 이후 현재까지 총 18번의 크고 작은 대책을 내놓았다. 2017년 8.2 대책, 2018년 9.23 대책, 지난해 12.16 종합대책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규제를 강화하는 고강도 대책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백약이 무효. 부동산 시장은 잠시 추춤하다 정부 대책을 비웃듯 오름세를 멈출 줄 몰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뭔가 좀 다른 조짐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이례적으로 '부동산 문제' 언급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 투기를 '전쟁'라고 표현하고 거듭 강력한 대책을 예고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필자가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문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공정'의 가치로 봤다는 점이다. '부동산 투기' 등으로 인한 다주택자와 무주택자 간의 간극을 불공정으로 규정하고 서민 주거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의미다. '부동산 투기'를 '불공정'으로 인식하고 우리 사회의 '공정의 가치'로 본다는 것은 부동산 시장 안정이 경제 차원의 문제를 뛰어넘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미래의 본질적' 문제로 다루겠다는 의미와 다름이 아니다. 시장에서 생각하는 정책 그 이상도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까닭이다.

뒤이어 다음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문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있다"며 "필요하면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정책은 대출과 세금, 공급 문제 등을 다 메뉴판 위에 올려놓고, 필요한 때 전격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핵심'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더 강한 정책도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필요하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현재는 지난해 내놓은 "12.16 부동산 정책'이 시행중이다.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과 전문가들은 언제나 그랬듯 '정부 대책 약발'이 과연 먹힐까 갸우뚱했다. 하지만 대출 규제를 피해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서울의 9억원 이하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새해들어 절반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서울 집값 상승세를 견인하던 고가 아파트의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9억원 이하 아파트의 상승 동력도 주춤해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긍정적 신호다.

문 대통령의 신년사 내용은 아주 짧지만 부동산 시장에 보내는 신호는 매우 강력하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 문 대통령은 최근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차출하지 않고 내각에 남겼다. 2017년 6월 취임해 벌써 2년 반동안 장관직을 수행하며 현 정권의  부동산 대책을 이끌어온 김 장관은 앞으로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선봉에 나설 예정이다.

"버티면 되고" "정부보다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을 더 신뢰하는" 부동산 투기세력을 이번에는 과연 패배시킬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시장에서는 조만간 12.16대책을 능가하는 더 강력한 규제 카드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다양한 규제에 학습이 된 투기세력들이 정부의 예상대로 움직여 줄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과 투기세력의 방패대결은 과연 어찌될 것인가? 제발 '부동산 고수'의 말이 틀리는 2020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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