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2심 파기환송에 미뤄진 인사 … 설 연휴 넘기지 말자며 전격 단행
똑같이 실적 안 좋았던 삼성생명은 물러나고 삼성화재는 유임 왜?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삼성카드 등 주요 금융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삼성금융계열사 입장에서는 예상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삼성화재는 예외가 돼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에 미뤄진 인사 … 설 연휴 넘기지 말자며 전격 단행

21일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설 연휴 전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마무리 했다. 이 때문에 지난 16일부터 각 계열사는 퇴임 대상 임원들에게 계약 해지 사실을 통보했는데 이는 정기 인사 발표 전 이뤄지는 통상적인 절차다.

삼성그룹은 매년 12월 전 계열사에서 CEO(최고경영자) 및 사장급 임원 인사를 진행해왔지만 지난 2019년엔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 영향으로 일정부분 인사가 밀린 영향이 컸다.

이 날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사장단 인사가 전격 단행됐는데 사장 승진자는 전경훈 IM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 황성우 종합기술원장, 최윤호 경영지원실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 등 4명이다.

위촉업무가 변경 된 5인은 김기남 부회장 DS부문장, 김현석 사장 CE부문장, 고동진 사장 IM부문장, 노태문 사장 IM부문 무선사업부장, 이인용 CR담당 사장이다.

눈에 띄는 건 ‘이재용의 남자’로 불린 노태문 사장이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이 부장으로 위촉했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 2018년 파격적으로 부사장을 오른 뒤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는데 다시 무선사업부장까지 오르며 고동진 IM부문장을 잇는 차기 CEO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이번 인사와 함께 전격적으로 주요 계열사가 이 달 들어 새롭게 출범한 준법감시 위원회와 협약을 맺고 조직개편을 나설 것으로 보여 주목을 모으고 있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새로운 준법감시제도를 주문하면서 결성 됐다.

현재 삼성준법감시위원회에는 노무현 정부 시절 발탁 돼 대법관을 지낸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준법감시위원회를 발족했고 심리위원엔 전 헌법재판관 강일원 전 재판관이 삼성 준법감시 심리위원을 수락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속속 용모를 갖춰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삼성화재만 쏙 빼고 전원 교체 …실적 같이 안 좋았는데 왜?

사진설명 - 왼쪽부터 삼성생명 전영묵 대표, 삼성카드 김대환 사장, 삼성자산운용 심종극 대표
사진설명 - 왼쪽부터 삼성생명 전영묵 대표, 삼성카드 김대환 사장, 삼성자산운용 심종극 대표

이처럼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 및 준법감시위원회 인원까지 속속 진용을 갖추자 금융계열사 인사에도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인사 주요기조엔 지난 2018년부터 시작 된 만60세 룰이 고스란히 적용됐다. 이에 1960년생인 현성철(60) 삼성생명 사장과 원기찬(60) 삼성카드 사장은 정기 인사에 앞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겠다며 용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그 배경엔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삼성생명이 전년 동기대비 40% 실적이 하락했으며 삼성카드 원기찬 사장은 작년 12월 삼성그룹 노조와해 혐의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것이 주요했다는 평도 존재한다.

게다가 이재용 부회장 재판을 앞둔 상황에 유죄 판결을 받은 원 사장을 남겨두는 것은 부담이라는 판단과 이미 세 차례나 연임한 원 사장은 충분히 교체대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곤 했다.

현 사장 뒤를 이을 삼성생명 CEO는 삼성자산운용 전영묵(56)대표로 결정됐다. 전 대표는 삼성생명 PF운용팀 상무, 자산운용본부 전무를 거쳐 삼성증권 경영지원실 부사장을 역임한 뒤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로 재직해왔다.

앞으로 생명보험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자산운용 실적이 매우 중요한 상황으로 급부상하고 있어 이번 결정이 생명보험업계 전반적으로 생존을 위해서 결정 된 것으로 보인다.

원 사장 뒤를 이어 삼성카드 대표를 맡은 것은 삼성생명 경영지원실장을 맡았던 김대환 부사장으로 결정됐으며 삼성생명 심종극 FC영업본부장은 전 대표가 맡았던 삼성자산운용 대표로 이동한다. 전체 결과적으로 살펴보면 삼성생명 출신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다만 삼성증권 장석훈 사장은 지난 2018년 7월 배당사고로 자리를 맡은 이후 갑작스런 임기를 맡은 까닭에 유임됐고 삼성화재 최영무 사장도 연임하게 됐다.

특히 최 사장은 작년 한해 실적이 안 좋았던 책임을 받고 물러날 것으로 전망됐지만 갈수록 업황 자체가 안 좋아지는 손해보험업계에서 경쟁자들 간의 치열한 격전이 예고되는 상황에 수장을 바꾸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판단 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 인 보험 시장에서 치고 올라와 삼성화재를 찍어 누른 메리츠화재의 김용범 부회장은 지난 5년 간 연임하며 지속적으로 업계의 파란을 불러올 만큼 진두지휘하며 일의 연속성 차원에서 업계 안팎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화재가 실적을 매개로 수장을 변경해봐야 일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한번 더 기회가 주어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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