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감시제도’ 마련 주문, “실효성 점검해 형량 반영” ‘봐주기 재판’ 예고 비판 증폭
삼성물산 합병관련 의혹 물증 등 이 부회장에 불리한 증거 채택 안해
미국법 사례는 '기업'에 해당... 파기환송심 취지 훼손하는 재판 진행 지적도

[FE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검찰개혁이 숨가쁘게 추진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사법부가 도마위에 올랐다. '봐주기 재판' 때문이다. 주인공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로 상징되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오래된 적폐 중 하나지만 이번 경우는 너무 노골적이라는 게 서초동 중론이다.

오죽하면 '치료적 사법'이라는 외국 사례까지 등장했다. 재판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지난해 10월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하더니, 17일 재판에서는 "기업범죄의 재판에서 '실효적 준법감시제도'의 시행 여부는 미국 연방법원이 정한 양형 사유 중 하나"라며 "미국 연방법원은 2002 - 2016년 530개 기업에 대해 '치료적 준법감시제도'의 시행을 명령했다"고 미국 재판까지 등장시켰다.

그러나 번짓수를 잘못 짚었다는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재판부가 인용한 미국 연방법원 양형기준 제8장은 '사람' 아닌 '기업' 대한 기준이다. 곧 봐주기를 위한 억지 사례라는 지적이다. 또 미국의 경우, 범행 당시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경우에 한해 적용된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의 양형 감경 사유로 적용될 수도 없다.  더구나 재판부가 말하는 '치료적 사법'은 소수자와 약자, 미성년 등의 범죄 재발을 위한 것으로 '정경유착 범죄'를 저지른 이재용 부회장은 애시당초 그 대상이 될 수 없다.

갈수록 가관이다. 재판부 계속 말을 바꾼다.  당초 재판부는 준법감시위 설치는 재판 결과와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삼성이 꾸린 준법감시위원회 실효성을 점검해 형량에 반영하겠단다.  또 특검이 신청한 삼성물산 합병관련 의혹 물증 등 이재용 부회장에 불리한 증거는 채택하지 않았다. 특검은 "재판이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한다.  여러 정황상 노골적인 봐주기 재판이 시작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같은 재판부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SNS에서는 "만약 최순실 씨가 '나는 더 이상 박근혜 전 대통령 근처에도 가지 않을 것이고, 유력 정치인과 공모하여 뇌물도 받지 않을 것이며, 국정에 개입하지도 않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재판부에 제출하면 집행유예로 풀어줄 것인가?" "친일부역자가 '앞으로 대한민국 국법을 준수하고 성실히 살겠다'고 하면 용서가 되는건가?" "이재용만 왜 법위에 모셔야 하나?" "시장경제 기본질서를 붕괴시킨 범죄자 엄벌은 커녕 노골적 봐주기를 강행하고 있는 재판부는 삼성의 하수인이냐" 등등 조롱섞인 극단적 비판까지 들끓고 있다.

특히 무엇보다 이번 재판은 승계작업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2심을 파기하고,  승계 현안의 존재 및 뇌물의 대가성을 분명히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파기환송심 재판의 본궤를 벗어나고 있다는 게 법조계 지적이다.

21일에는 여야 국회의원 43명,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경실련, 민변, 참여연대, 한국 YWCA전국연맹 등이 "재판부가 이 부회장이 범한 죄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판결로 법 정의를 세워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담당재판부가 지난 4차 공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증거인멸 등의 증거를 채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건을 축소시키려는 의도"이며 최근 출범한 삼서의 준법감시위원회를 근거로 감형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명분으로 재벌총수의 구명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분명한 건 이번 재판의 피고인은 '이재용'이란 '사람'이지 '삼성전자'란 회사가 아니다.  재판부는 한국에 존재하지도 않는 미국법을 들고 나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선처를 옹호하는 등 마치 판결내용을 미리 정해놓고 재판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재판부는 재판 취지를 훼손하는 재판 진행을 진행하면 안된다.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 그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판하여야 할 법관의 의무를 되새겨야 한다. 사법개혁이 시급한 까닭이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