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싸게 비은행 계열사 확충 … 추가 자본 투입 규모 3000억원 수준
손해율 높은 자동차보험 판매 줄여 … 인력 적어 디지털 보험사 전환 유리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보험업계 장기 불황이 이어지며 시장에선 치열한 경쟁을 못 이기고 도태 된 보험사 매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교직원 공제회가 100% 출자해 세워진 더케이손보는 타 손보사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하나금융지주가 결국 인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이번 인수가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하나금융지주가 더케이손보 활용법에 대해선 여러 의구심이 들고 있어 본지가 여러 배경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 값 싸게 비은행 계열사 확충 … 추가 자본 투입 규모 3000억원 수준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 의사회가 더케이손보 지분 70%를 1000억원 안팎 자금으로 인수하겠다는 뜻을 의결했다고 전했다. 당장 하나금융지주가 인수한 것은 아닌 의견 전달로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지만 업계 안팎으로 인수 될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하나금융지주가 더케이손보를 인수했지만 그 배경이 단순히 2025년까지 비은행 계열사를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적만으로 진행한 것은 아닌 값이 매우 저렴하게 종합손해보험사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로 인수한 점을 눈여겨 봐야한다.

실제 지난 2017년부터 시중에 매물로 거론됐던 손해보험사 매각가를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새마을금고 대주주 논란으로 시중 매물로 언급됐던 MG손해보험 매각가는 4000억원 금산분리로 호텔롯데가 매각한 롯데손해보험도 4050억원 수준이었다.

게다가 손해보험사 인수해도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한데 사모펀드에 매각 된 롯데손보도 375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았다. 즉 규모가 작아도 4000억원에 달하는 매물보단 1000억원대 더케이손보는 싸니까 작아도 그나마 매력이 생긴 셈이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1000억원대에 저렴하게 인수만으로 하나금융지주의 역할이 끝난 것이 아니라 당장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 재무구조 개선부터 나서야 한다.

현재 더케이손보 자산은 8953억원 부채가 7484억원 자기자본은 1469억원 수준으로 ROA가 마이너스 1.74%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19년 3분기 기준 원수보험료가 3697억원에 달하는 와중에 자동차 보험 비중은 전체 원수보험료의 63%나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작년 12월 손해율은 112%까지 치솟은 수준이며 영업순손실도 111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순사업비도 지난 2019년 3분기 기준 59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종합적으로 추가 자산을 투입한다고 해도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3000억원 이내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에 매각 된 롯데손보와 비교하면 3800억원이나 아낀 금액으로 만약 추가로 자본을 투입한다 해도 타사와 비교해도 여력이 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 손해율 높은 자동차보험 판매 줄여 … 인력 적어 디지털 보험사 전환 유리

값싸게 인수한 것만으로도 1점 먹고 들어간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디지털 혁신을 내세우며 움직인 사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에 하나생명도 인슈어테크 혁신을 통해 디지털 전략에 대응한다고 해놓은 상황이다.

문제는 디지털로 판로를 늘리기엔 생명보험사 상품이 손해보험사에 상품 종류에 비해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방카슈랑스 채널이 전체 판매채널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하나생명 입장에서 디지털 전략에 알맞은 보험사라고 보긴 어렵다.

특히 저축성이 아닌 보장성 보험을 판매를 내세우며 변액보험 판매에 나섰으나 증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자산운용수익마저 역대 최악을 기록하는 생명보험사 입장에서 한계는 명확해 추가 성장을 위해선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이 상황에서 하나금융이 토스에 지분 10%를 넣으며 명실상부 2대 주주로 올라선 뒤 곧 토스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 격상되는 일도 생겼다. 송금부분에서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토스를 통해 디지털 상품 판로에 우군이 늘어났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뱅크 지분 10%만으로도 협력하며 계좌 개설 이벤트를 통해 역대급 계좌 확보에 나선 전례를 고려하면 토스와 하나금융의 연계가 새로운 상품 판로를 확보가 가능해졌다. 무엇보다 생명보험사보다 상품이 많은 손해보험사는 이 점에 유리하다.

게다가 더케이손보의 작은 규모는 빠르게 디지털 손해보험사 전환이 가능하다. 물론 노조가 고용불안을 호소하며 협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손해보험사가 없던 하나금융지주 입장에선 적은 인력 축소 후 바로 디지털 손보사 전환을 추진해 마찰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한편 자동차 보험 위주로 판매해 온 더케이손해보험의 특성을 한 순간에 바꾸기란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주요 가입자가 교직원으로 이뤄진 더케이손해보험의 고객은 단점이자 장점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 보험 가입 여력이 높은데 고정적인 수요이라서다.

다만 방카슈랑스 채널 특성상 자동차보험을 판매할 수 없어 언더라이팅을 강화해 선별적으로 물건을 받으며 손해율을 관리할 수 있다. 이미 손해율이 적정 수준에서 40%나 상회하는 상황에서 자본을 확충하며 장기보험 비중을 늘리기에 성공할 경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수도 있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의 각축전이 치열하게 전개 될 앞으로 상황에서 종합손보사 라이선스를 얻은 하나지주의 전략은 지능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추가자본 투입이 여력이 높지 않음에도 기존 손해보험사 전략 대신 새로운 방향으로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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