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범죄 강력처벌 사회적 공감대 형성
보이스피싱 단순 가담자 ... 범죄를 인지·공모했다고 보는 것이 법원의 견해
범죄 주도자 해외있어 검거 쉽지 않아 ... 국내 단순가담자들만 처벌이 현실

▲ 엔케이법률사무소 고영상 변호사
▲ 엔케이법률사무소 고영상 변호사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회사원 A씨는 지난달 해외구매대행업체에서 해외송금을 대행할 직원을 모집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해당 문자메시지에 기재된 메신저ID로 연락했다.

이 업체의 외주사업팀장이라고 소개한 B씨는 A씨에게 "구매자들에게 수금한 구매대금을 A씨의 계좌로 보내줄테니, 구매 결제를 위해 캄보디아 현지업체 계좌로 송금해주면 된다"며 "우리 업체는 해외송금 한도가 정해져 있어, 이를 우회하기 위한 방법이지만 불법은 아니므로 문제될 일은 없을 것"이라며 A씨에게 설명했다.

A씨는 업체명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해외대금을 송금한다는 사실을 수상하게 여기면서도 송금액의 2%, 일당 50만원을 고수입 보장에 현혹되어 제안을 수락했다.

A씨는 자신의 계좌로 입금된 3,900만원을 캄보다이 현지은행 계좌로 송금했으나, 다음날 자신의 거래은행으로부터 계좌지급정지 통보로 받고 자신의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몇 일이 흐른 뒤 A씨는 경찰로부터 보이스피싱 사기혐의로 수사받으라는 출석 통지서를 받게 됐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만 조사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 금액은 3,056억원으로, 2018년 피해 금액 4,040억원 대비 75.6%에 달하는 등 피해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금융당국의 지속적인 예방 노력에도 피해가 줄기는커녕 보이스피싱 피해는 급격히 늘고 있고 보이스피싱 사기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중국 등 해외에 주로 거점을 두고 있는데다 치밀하게 조직화돼 적발이 쉽지 않다. 

특히,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해외송금 등, 송금대행을 명목으로 아르바이트를 모집해 구직자를  보이스피싱에 가담시키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수법에 넘어가 송금 대행을 하거나 계좌를 대여할 경우 자신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인출책이 되거나, 대여한 계좌가 범죄수익 자금세탁을 위한 대포통장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본인에게는 직접적인 금전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어도 이를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즉, 본인은 범죄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전과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주의해야하는지 만약 연루되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형사전문변호사 고영상 변호사의 조언을 들어봤다.

다음은 고영상 변호사 일문일답.

-최근 금감원에 따르면 단순히 송금 알바(해외송금 등)라고 생각하고 본인의 계좌를 대여하거나 들어온 돈을 이체해 주다가 전과자가 되는 구직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인가.

보이스피싱 범죄를 주도하는 정범이 공범을 유인하는 방법이 다양해졌습니다. 과거에는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달라는 단순 심부름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계좌 대여 및 해외 송금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여 처벌되는 사람들은 학생, 가정주부, 취업준비생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제1금융권 등에서 더 이상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입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고수익 알바를 제공한다고 현혹하여 범죄에 가담시키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

과거에는 단순 가담자를 사기죄의 방조범으로 처벌했으나, 보이스피싱 범죄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인 점, 대부분의 범죄 피해자가 사회적 약자들로 죄질이 좋지 않는 점,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단순 가담자들도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단순히 통장을 대여하거나 해외송금을 했더라도, 방조범이 아닌 사기죄의 공범으로 기소되고 처벌받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통장대여나 해외송금 등 방조행위를 수차례 하거나 피해금액이 큰 경우 구속되는 경우도 다수 있습니다. 단순 방조행위를 한 경우 본인은 이것이 범죄인지 몰랐다며 무죄를 주장할 수 있으나, 그 사정을 입증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대출을 하려는데 자신의 통장과 도장을 달라고 하거나, 해외송금을 자신의 계좌에서 자신의 명의로 한다는 것은 일반인이 보더라도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경우 범죄를 인지·공모했다고 보는 것이 법원의 견해입니다.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발생하나.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되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부담합니다. 피해자들이 형사재판에서 배상명령 신청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형사재판에서 사기범죄의 공범으로 처벌받으면 단순 방조해위를 했더라도 피해자에게 손해 전부를 배상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별도의 민사재판으로 진행될 경우, 범죄에 가담하게 된 경위 및 단순 가담행위에 그친 점 등을 소명하여 배상금액을 낮출 수 있습니다.    

-만약 본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일반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기는 어렵습니다. 은행, 경찰 등에서 연락을 받고난 후에서야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전에 범죄에 가담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은행이나 경찰에 바로 신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수사가 진행되더라도 본인이 경찰 등으로부터 연락이 받기 전에 먼저 신고를 했다는 사정이 본인의 무죄 증명에 유리한 증거가 됩니다. 

-결국은 예방이 최선인 듯하다. 이런 일에 연루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설 연휴 전에 돈이 급하게 필요한 분들에게 단시간 고수익 알바는 물리치기 어려운 유혹임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있거나, 의심이 드는 행동을 요구하는 경우는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구인자 측에서 통장 및 도장을 보내달라고 하거나 해외로 송금을 부탁하는 행위가 있다면 즉시 이러한 요청을 거절하고 경찰에 즉시 신고해야 합니다. 이러한 범죄에 연루된 대부분이 ‘조금 이상했지만 상대방이 불법이 아니라고 하여 믿었다’며 억울해 하지만 결국 공범으로 처벌됩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주도자, 즉 정범들은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검거가 어렵습니다. 자연스럽게 국내의 단순 가담자들만 처벌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본인들은 억울할 수 있지만 이러한 행동도 분명한 범죄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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