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경제 용어 중에는 뱅크런(Bank Run)이라는 금융시장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단어가 존재한다. 뱅크런이란 은행의 파산으로 인해 예금자들이 맡긴 돈을 되찾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앞다퉈 은행으로 달려가는 모습에서 유래된 말이다. 

누구라도 은행에 맡긴 자신의 예금 자산이 위험하다면 빨리 은행에 가서 자신의 예금을 인출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 뱅크런을 두려워하는 까닭은 보다 복잡하다. 개인이 자신의 예금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합리적 이기심이 멀쩡한 은행을 파산으로 만들기도 하고 한 나라의 금융시스템 나아가 국가경제 전체에 붕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에 문제가 크지 않더라도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나 과장된 정보에 의해 뱅크런이 발생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멀쩡하던 은행이 파산에 이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게 돼 은행이 당장 돌려줄 돈이 바닥나는 공황상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공황 시기인 1930년에는 은행 부도가 확산되면서 고객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은행에 달려가 돈을 인출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예금 대량인출은 은행의 지급능력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으나 예금자들이 일시에 예금인출을 요구하면서 재무 상태가 건전한 은행도 파산에 직면했다. 은행이 연쇄적으로 문을 닫았고, 결국 경제의 상당 부분을 파괴했다. 수백만명이 평생 저축한 돈을 날렸고, 기업들의 운전자금도 날아갔다. 사람들은 급속도로 소비를 줄여 대량 실업을 야기했다.

결국, 미국은 뱅크런을 막기 위해 1933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설립, 예금보험제도를 도입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나 과장된 정보에 예금자들이 쉽게 휩쓸리지 않도록 안전망을 제공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혼란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제도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공포가 대한민국을 뒤엎고 있다. 바이러스보다 더 두려운 것은 대중을 혼란시키는 가짜뉴스와 근거 없는 공포, 그리고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다.

세 번째 확진자의 동선에 대한 가짜뉴스, 호텔에서 3명의 추가 감염자가 나왔다는 SNS찌라시, 김치를 많이 먹으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는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 실내에 양파를 올려놓으면 바이러스 전파가 차단된다는 근거 없는 정보 등이 실제 바이러스보다 대중을 더 혼란시키고 불안케 하고 있다.

또, 우한에서 전세기를 타고 입국하는 교민들을 공무원 연수시설에 안전하게 격리하고 관찰하겠다는 정부의 말을 불신하고 이를 설득하러 달려온 행안부 장관은 계란을 맞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성숙한 사회일수록 위기에 강하다. 대중들은 막연한 두려움과 확인되지 않은 정보보다는 정부와 전문가 집단, 언론을 신뢰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거짓뉴스 유포자를 엄벌하고 대공황 때 미국이 예금보험제도를 도입한 것처럼 막연한 공포에 흔들리지 않는 사회가 되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한다.

지난 28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 출연한 한 감염내과 의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다음과 같이 언급하며 눈물을 보였다.

“현장에 있는 분들이 많이 고생을 하고 있거든요. 국민들이 조금만 차분하게만 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방역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그런 루머나 가당치도 않은 얘기가 나오면 진이 빠지는 거죠. 상대할 일이 너무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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