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에서는 부모·형제도 없다'... 시민들 "또 재벌가 집안싸움" 냉소
'노블리즈 오블리제'는 언감생심 ... 재산지키기, 경영권 쟁탈전 그들만의 추태
기업이미지와 주주가치 추락, 직원들 고용불안 등 책임은 누가 지나?

[FE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재벌의 집안싸움 명칭은 다양하다. '부자의 난' '형제의 난' 등 조선왕조 왕위 싸움,골육상쟁이 연상된다. 이번에는 대한항공으로 대표되는 한진家 '남매의 난'이다.

명칭은 달라도 싸움의 발단, 내용, 방법은 재벌마다 비슷하다. 시정잡배들 이전투구 보다 더 지저분한 추태도 다반사다.  싸우고 헐뜯는 까닭은 대부분 경영권 다툼 혹은 상속재산 여부다. "내가 전부 혹은 더 갖겠다"는 욕심이 핵심이다. '돈 앞에서는 부모·형제도 없다. '있는 사람들이 더 한다' 등의 옛말이 시민들 입에서 오르내리는 이유다. '창업 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는 속설이 새삼 거론된다. 우리나라 유수의 재벌치고 '난' 겪지 않은 곳을 찾기 힘들다.

모 그룹 전문경영인 출신 인사 얘기다. "재벌 지배구조 특성상 주도권 다툼에서 이기지 못하면 모두 다 잃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혈족 간의 분쟁이 벌어진다" "재벌 3세, 4세로 갈수록 혈족 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더 커지는 양상"이란다.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재벌가들에게는 '나눔의 정신'이 없다.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그룹들이 오늘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데는 오너와 그 일가의 노력 보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국민들의 애정과 노동자들의 희생이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재벌 오너 일가들은 그룹 기업들을 '자기의 재산'으로만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국민들은 분노한다. 재벌가 집안싸움의 목적이 지극히 사사로운 것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자식이든, 형제 남매간이든 이들의 경영권 혹은 상속재산 싸움에서 그룹내 기업을 더 성장·발전시켜 공익을 증진시키겠다는 신념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주도권과 이익을 거머쥐려는 욕망만이 드러날 뿐이다.

국민들은 맥이 빠진다. 재벌들이 국민들을 자기 필요할 때만 이용하려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롯데그룹의 집안싸움 와중에 신동주, 신동빈 형제들의 한국어 실력이 도마 위에 올랐던가. 한국에서 엄청난 이익을 취하고, 또 한국 기업임을 자처하면서, 정작 그 대표권을 주장하는 이들이 한국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본 국민들은 기가 찰 따름이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간 '남매의 난'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여태까지 관망하던 남매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그룹 고문과 남매의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원태 회장을 공개지지하고 나섰다.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을 향해 날을 세울 때에도 '침묵'으로 일관했었다. 이제 나선 것은 한진그룹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오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 전 부사장 측의 퇴진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분석과 퇴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만약 조현아, 조원태 '남매의 난'이 장기화할 경우 고 조중훈 창업주(조양호 회장 선친)이 1945년년 창업한 후 70여년만에 한진그룹의 경영권이 외부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최근 수년 새 우리나라 40대 재벌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9곳에서 혈족 간의 분쟁이 벌어졌다. 경영권 차지를 위한 다툼, 더 많은 재산을 상속받으려는 법정 싸움이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졌다.

재벌가의 집안싸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극히 적은 지분으로 수십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그룹을 자기집안 재산으로 여기는 재벌가 시스템과 각 그룹 총수 가문이 전근대적인 '핏줄 장자 승계'에 집착하는 한 '돈 앞에 부모 형제도 없는' 골육상쟁은 사라질 수 없다.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대한항공 CF가 있다. 경영권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남매의 난' 종착지는 어디일까?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그리고 어머니 이명희, 여동생 조현민은 어디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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