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최대실적 경신에 ‘브레이크’걸려... 올 금융시장 환경 ‘첩첩산중’
내정 때 “낙하산 인사 동의 못한다. 능력 충분하다”... 취임 첫해 시험대

[FE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작.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 (송강호 분)이 아들에게 했던 유명한 대사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영화 기생충의 명대사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를 인용해 "봉준호 감독님, 배우와 스태프 여러분의 '다음 계획'이 벌써 궁금하다"며 "수상을 축하하며, 국민과 함께 항상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사람들은 뭔가 좋은 결과나 기대하는 일이 있으면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라고 말해 영화 기생충의 유명세를 실감케 한다.

그렇다면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계획이 다 있을까"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부의 임명 강행. 결국 27일만에 출근과 취임식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IBK기업은행선장이 된 윤 은행장이 능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시험대 앞에 섰다.

지난 4년여 동안 해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보여준 IBK기업은행의 행보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지난해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1조 627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8년(1조 7643억원) 보다 7.8% 감소한 저조한 실적이다.

자회사를 제외한 IBK기업은행의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 4017억원이다. IBK기업은행의 실적이 내림세로 돌아선 것은 4년 만이다. IBK기업은행은 연결기준으로 지난 2016년 1조 1626억원, 2017년 1조 5085억원, 2018년 1조 764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순풍 속 쾌속항해를 거듭해 오다 거센 풍랑을 만났다.

은행장 내정 후 '낙하산 인사'라는 노조와 일각의 비판에 대해 "낙하산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경력과 능력면에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맞받았던 윤 은행장의 실력이 검증될 시험대 앞에 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기자회견에서 윤 은행장을 반대하는 노조 등에 대해 "윤종원 행장이 자격 미달이라면 모르겠지만 경제·금융분야에 종사해 왔고 청와대 경제금융 비서관도 했고, 우리 정부 때 경제 수석, IMF 상임이사까지 역임해 경력 면에서 미달하는 바가 없다"고 못박은 바 있다.

이래저래 윤 은행장으로서는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그 '뭔가'는 바로 실적이다. 허나 올해도 금융시장 경영 환경은 녹록치 않다. 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 기조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줄이고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일제히 나서고 있어 중소기업 대출을 둘러싼 경쟁 환경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IBK기업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말 기준 162조 7000억원, 중기대출 시장점유율 22.6%로 중소기업금융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켜냈지만 IBK기업은행으로서는 양날의 칼이다. IBK기업은행의 상대적 강점이었던 순이자마진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 등이 그것이다. 중소기업대출에서의 경쟁 심화에 따른 리스크가 딜렘마다.

금융가에서는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새로운 은행장이 청와대 출신이기에 과거와 다른 경영전략을 수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IBK기업은행이 국책은행임에도 민영화에 대비해 가계금융 등에서 시중은행과 경쟁에 몰두했기 때문에 마진 하락 등 수익성에 어려움이 빠진 것"이라는 금융계의 분석을 윤 은행장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쉽지 않은 경영환경을 어떤 전략으로 극복할까. IBK기업은행 내부, 금융계는 주목한다. 과연 윤 은행장은 은행장에 내정되면서 "어떤 계획이 있었을까"

사족 하나. IBK 기업은행 특유의 '가족적 기업문화'는 여타 은행들에 비해 월등하다고 알려진다. 선후배간 동료간 끈끈함이 유별나다는 평이다.  직장 분위기 리트머스 지표 중 하나인 이직비율이 낮다는 게 한가지 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의 경우 은행원 평균 근속연수가 18년이고, 1년차 은행원의 이직 비율이 1%대 수준이다. 윤 은행장이 이같은 IBK기업은행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임직원들과 함께 '계획'을 추진해나간다면 좋은 결실을 거두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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