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금융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돈을 얼마나 잘 모으고 잘 소비하고 잘 갚는지를 보고 신용평가원에서는 개인의 신용을 1000점내로 점수를 매기고 금융사들은 이를 토대로 낮거나 높은 금리로 대출의 기준을 삼는다.

금융사에서 내놓는 상품도 마찬가지로 신뢰를 기준으로 위험성을 나눈다.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상품은 위험성을 표시하되 대신 높은 수익률로 보상하고 원금손실 위험이 낮은 상품은 수익률이 낮다. 이처럼 금융업은 신뢰를 토대로 수치화 해 보상을 달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최근 손보업계 화두는 실손 의료보험에 대한 위험손해율이 폭증하며 생기는 폐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예 해당 보험을 만들지도 팔지도 말았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자동차 보험과 달리 실손 의료보험은 의무보험이 아니다. 즉 반드시 살아가기 위해 가입하는 보험은 아니지만 보험사들은 소비자에게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필수보험으로 강변해왔다. 그 이면엔 가입자가 죽을 때까지 내야하는 고정적 보험료인 탓에 보험사는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입자들이 보험사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청구하는 통에 손해가 생기면서 발생했다. 그러나 그건 보험사가 감내할 몫이다. 가입권유할 때 했던 약속은 신뢰를 기초에 둔 것이니까.

적자를 감수할 수 없던 보험사들은 새 약관이 적용 된 신상품들을 내놓기 시작했고 이는 가입 시기마다 약관과 보장내용이 계속 달라졌다. 웃긴 건 과거 보장내용이 문제가 된다고 바꾸면서도 그 즈음 보험사들은 상품 절판을 이유로 판매를 독려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이젠 소비자보호를 이유로 아예 민관합동으로 TF를 꾸려 신실손의료보험의 약관을 새롭게 만들어 구실손 가입자를 신실손으로 옮길 것을 유도하고 있다. 과거 구실손 가입자들에겐 폭탄적 갱신보험료를 적용하며 동시에 새 보험으로 갈아타면 보험료가 싸진다는 명분이다.

한 가지 알아야 할 사실은 현재 신실손은 가입자가 적어 손해율이 낮을 뿐이지 언제든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구실손과 마찬가지로 손해율은 올라갈 것이고 또 다시 생길 실손보험에 의해 갈아치워질 운명이다.

그렇다면 가입자들은 신실손으로 갈아타면서 얻어질 혜택이 정말 뭔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 언젠가 폭탄갱신보험료를 맞을지 모르는 위험을 안으면서 가야할 이유가 뭔지도 말이다.

소비자 신뢰로 움직인다는 금융사와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금융당국이 다시 한 번 낮은 보험료를 미끼로 정작 소비자 보호가 맞는지 의문인 실손보험 갈아타기를 요구 중이다. 갈아타는 위험에 대한 대가도 별론데 엄청난 특혜처럼 꾸미는 말에 속으란 말인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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