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 3일 기준금리 0.5%p 인하
파월 Fed 의장,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사태가 새 리스크와 도전 가져와"
4일 오전, 이주열 한은 총재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 가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됐다. (사진=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됐다. (사진=뉴시스)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례적으로 임시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한번에 0.5%p 낮추자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피할수 없게 됐다. 

지난 3일(현지시각) 오는 17~18일에 예정된 정례회의보다 2주 앞서 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1.50~1.75%에서 1.0~1.25%로 0.5%p 전격 인하를 단행했다. 정례회의 앞두고 예정에 없던 임시회의를 연 것도 0.25%포인트 보다 큰 폭의 금리를 하향 조정한 것도 모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번 금리 인하 조치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영향임을 밝히면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사태가 새 리스크와 도전을 가져왔다"며 "그러나 코로나19가 경제 전반에 미칠 규모와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고 상황은 유동적"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미국, 홍콩, 호주 등 주요국이 코로나19가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인하한 가운데 한국은행만 유독 ‘신중론’을 앞세우며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호주 중앙은행은 미국 Fed 기준금리 인하 전날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0.50%로 하향 조정했고 홍콩금융관리국은 Fed 금리 인하에 발맞춰 4일 기준금리를 1.5%로 0.5%p 인하했다.

앞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로 유지하는 결정을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가 끝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임시 금통위 개최 가능성에 대해 "염두에 두거나 거론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임시 금통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미국 Fed가 정례회의를 2주 앞두고 임시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5%p 내리면서 이 총재의 발언 당시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미국 Fed가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재빠르게 큰 폭으로 금리인하를 한 만큼 한은도 다음달 예정된 금통위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빠르게 미국과 발 맞춰야 한다는 의견과,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리지 않는 것이 너무 신중을 앞세워 자칫 금리인하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긴급 금리인하에 나서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던 2008년 10월 27일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연5.00%에서 4.25%로 사상 최대 폭인 0.75%p 인하를 단행했었다. 당시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이 커지면서, 실물경제가 크게 위축될 조짐이 보였기 때문이다.

또, 지난 2001년 '9.11 테러' 직후인 9월 19일에도 임시 금통위를 통해 0.50%p 기준금리를 내린 전례가 있다. 한은법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이나 2명 이상 금통위원의 요구에 따라 임시 금통위를 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오전 9시부터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한은은 이날 오전 8시20분부터 유상대 부총재보 주재로 통화금융대책반회의를 열었으나 총재 주재 긴급 간부회의로 회의 방식을 바꿨다. 그만큼 한은이 미 Fed의 금리인하를 엄중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을 운영함에 있어 정책 여건 변화를 적절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통화 정책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한은의 임시금통위가 열리지 않는다면 한국은행의 금리결정 회의는 다음달 9일 정례회의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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