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특기인 롯데쇼핑 등기임원 20년만 사임에 갖가지 해석 나돌아
작년 대법원 '국정농단' 70억원 뇌물혐의 확정에 "경영부담 컸다"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 부담... 계열사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자' 관측
롯데쇼핑, 골목상권침해 협력사 갑질 등 그룹계열사 중 소송 많은 편

[FE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왜 하필이면 이 때 롯데쇼핑 등기임원에서 물러날까.  신 회장의 주특기,  전문분야는 유통·호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만에 신 회장이 롯데쇼핑 등기임원직에서 내려온다. 이를 둘러싼 갖가지 설이 업계에 나돈다.

일각에서 해석하듯 그동안 국민연금 등이 과도한 계열사 임원 겸직을 문제 삼은 것에 따른 행보일까?  신 회장은 지난해 말 호텔롯데에 이어 롯데건설 대표이사직을 내려 놓았다. 하지만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등의 대표이사직과 롯데칠성, 캐논코리아, 에프알엘코리아 등 7곳의 사내이사직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신 회장의 롯데쇼핑 등기임원직 사임 소식이 들려오자 업계와 대부분 언론에서는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임은 IPO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왜일까? 모 재계 관계자의 분석이 설득력 있다. "신 회장은 다시 감옥에 가는 걸 두려워 한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70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지금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 등을 준비 중인데다 최근 롯데쇼핑도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저런 여건속에서 신 회장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를 최대한 피하려는 '보호적 처신'이라는 분석도 있다.

결국 신 회장이 사건사고가 많은 계열사 등기임원으로 남아있을 경우 유죄판결(집행유예)을 받은 처지에 사법적 리스크가 더해지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음은 자명하다. 롯데쇼핑 역시 골목상권 침해,  협력사에 대한 갑질 등으로 그룹계열사 중에서 소송이 많은 편으로 알려진다.

이런 해석은 신 회장이 지난번 롯데건설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배경에 대한 업계 일각의 해석과 궤를 같이 한다. '박근혜 -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횡령 배임 혐의 확정 등 대법원 판결이 직격탄이 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실형은 면했지만 횡령 및 배임의 죄목이 인정되며 처벌이 이뤄졌다.

부동산개발업법에 따르면 대표이사가 배임 등의 명목으로 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거나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경우 부동산개발업을 영위하기 힘들다.  결국 신 회장은 부동산개발업을 영위하기 어려운 결격 사유가 생긴데다 집행유예 기간이기 때문에 롯데건설의 등기이사 자리를 계속하기 힘들게 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던 것이다.

'내부 일감 몰아주기' 부분도 있다.  롯데건설이 기록한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전체 매출 3조 9500억원 중 약 16%인 6400억원이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신 회장 개인이 보유한 롯데건설의 지분이 극히 적어 공정거래법상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정농단 관련 재판 결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도 있었다. 허나 롯데측은 "롯데건설 사내이사직을 사임한데 이어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등기임원 사임을 결정했지만 미등기 임원이더라도 그룹 경영전반을 총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지탄받고 있는 재계.재벌가의 문제점이 등장한다.  바로 '비등기 이사로 책임은 외면하고 경영은 맘대로 하는 행태'다.

최근 몇 해 사이 대기업 오너 경영인들이 등기이사 또는 대표이사 자리에서 줄줄이 사퇴하고 있다.  횡령·배임, 일감몰아주기 등에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재벌 총수들의 '꼼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보신주의 경영'이라는 지적이다.  경영권은 행사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으려한다는 것이다.  상법상 이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선 등기임원이어야 한다.  미등기 임원은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  때문에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위해선 오너 경영인의 등기임원 선임이 필수다.

경제전문가들은 "범죄 사실, 법적 처벌을 받고 있는 오너는 등기이사에서 사퇴하고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오너가 책임 회피를 위해 등기이사를 내려놓는 것은 책임경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롯데그룹 핵심인 롯데쇼핑 등기임원직을 내려놓는 신동빈 회장은 지난 1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그룹 '2020상반기 VCM(구 사장단 회의)'에서 임직원들에게 강한 경고와 함께 주문을 쏟아냈다. "변화하라. 책임경영을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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