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키코 분쟁조정안 "수용할 수 없다" 거부 ... 시민단체 등 비판 증폭
'산銀- 수출입銀 통합론' 등 잇따른 부적절 발언으로 'CEO 자질론' 자초
"소신 내세우려면 최대 국책은행 CEO 보다 연구소, 학자가 어울려" 지적도

[FE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지난해 10월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통합론'이 금융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당시 수출입은행측은 "이게 무슨 생뚱맞은 소리냐"며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밝혔다.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이 회장에 발언에 대해 "기관장이 사견을 말한 것은 공직을 이용한 것" "사견을 전제로 말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비판을 퍼부었다.

이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이 회장 또 파장을 일으킨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대한민국이 이러다 망할 수도 있습니다. 10년 뒤나 20년 뒤에 한국이 정말로 망할 수 있는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2년 3개월 동안 산업은행 회장으로 있으며 느낀 것 중에 하나는 한국 사회에 불신의 골이 깊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의혹의 눈으로만 보고 뒷다리만 잡으려 하는 문화가 팽배해 있어요" 맞는 말이겠지만 정제되지 못한 발언이라는 비난을 샀다.

또 한국GM의 끊임없는 노사갈등 당시에는 "평균 연봉 1억원씩 받는 분들이 연봉 올려달라고 파업하는 것은 상식으로 납득이 안간다"는 발언이 구설수에 올랐다. 이뿐 아니다. 이 회장의 '매우 튀는' '독선적인' 경영행보는 대우조선해양, 금호타이어, 한국GM사태 등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그래서인가?  이 회장은 KDB산업은행과 같은 거대 국책은행 CEO감은 아니라고 얘기하는 금융계 인사들이 많다. 연구소나 학계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이 따라 다닌다. 모 시중은행 임원은 "자기 소신만 내세우고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건 최대 국책은행 수장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정제되지 않은,  절제되지 못한 잇따른 발언은 최대 국책은행 신뢰와 이미지를 망가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키코 사태' 문제로 뉴스의 중심에 섰다. KDB산업은행이 지난 5일 금융감독원에 키코 분쟁조정안(배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거부 의사를 통보했다. 씨티은행도 거부했다. 금융감독원의 눈치를 살피며 실리를 저울질 하던 신한은행, 하나은행, DGB대구은행 등 시중은행들도 KDB산업은행의 뒤를 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고육지책을 내놓은 금융감독원은 '체면'을 구겼다. 자존심에 금이 갔다. 10년 넘게 피해를 감내해온 기업들은 분노한다.

KDB산업은행은 "법률적 검토를 거친 결과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위반 등에 대해 법리적 다툼이 있다"는 이유와 "키코 손실액을 배상할 경우 주주 이익을 해치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리 등을 내세워 금감원의 배상 권고안 수용을 거부했다.  이미 수용의사를 밝힌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에게 같은 논리를 내세울 것이다.

시민단체와 금융권에서는 "앞서 대우조선해양, 금호타이어, 한국GM 사태 등에서 드러났듯 눈앞의 문제를 덮는 데만 급급한 이 회장의 태도"를 비판하고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으로 경제의 활력을 촉진하겠다는 KDB산업은행의 역항'은 어디로 갔느냐고 지적한다. "국책은행의 도의적 책임을 저버리고 독선적인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측은 "국책은행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KDB산업은행의 회피성 결정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이동걸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주빌리은행,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는 키코 분쟁조정안을 거부한 산업은행 등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키코 분쟁조정안에 대한 KDB산업은행의 결정을 두고 "산업적 측면에서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역량과 국가경제성장률 제고를 지원해야 하는 산업은행이 기업과 소비자가 아닌 주주의 이익을 대변한 것에 다름 아니다"라며 "시중은행과 달리 금감원 피감기관이라는 점을 등에 업고 피해 기업을 외면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분쟁조정안 불수용 이유로 업무상 배임 운운은 궁색한 변명이고 해당 은행들은 피해 기업 경영권 회복을 위해 실질적 배상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회장은 취임 때 "KDB산업은행의 개혁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 산업은행은 얼마나 개혁적인가?에 답을 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독선경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역풍을 맞고 있다.  금융권에서 보는 이 회장의 독불장군 경영, 정부 당국과의 엇박자, 금융계에서의 왕따 평가 등으로 국내 최대 국책은행 KDB산업은행의 신뢰도는 바닥이라는 지적이 크다. 이 회장 임기는 6개월여 남았다. 연임 여부는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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