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악재로 올해 상반기 내내 저조한 실적 낼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
포스코 1분기 영업이익은 컨센서스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
정유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 영업손실 규모 최대 4000억원 관측도 제기
전기차 배터리 사업도 코로나19 영향으로 도미노 타격 우려

 

[FE금융경제신문= 최원석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정유·석유화학·조선·철강 등 주요 대기업들에도 위기경보가 발동됐다.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산업 전반에 침체가 이어지던 시기에 발생한 돌발악재로 올해 상반기 내내 저조한 실적을 낼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18일 뉴시스에 따르면 국내 최대 철강회사 포스코의 1분기 영업이익은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이 기대하는 영업이익 전망치는 7770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전년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이달 보고서를 낸 KB증권은 44%가량 감소한 6767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고, 한국투자증권은 영업이익이 5770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뿐 아니라 연간 실적 역시 하향 조정했다. 1분기 별도와 연결 영업이익은 각각 27%와 49% 내려 잡았고, 2020년 별도와 연결 영업이익은 각각 27%와 31%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판매량 감소를 반영한 결과다.

정하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예상할 수 있는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은 자동차 생산 차질로 인한 판매량의 10% 감소에 불과하다"며 "코로나19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로 확산하는 등 국내는 물론 글로벌 수요 부진은 중장기 판매량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 속에 국제유가도 급락하며 정유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로 공장이 멈추고 국제 이동까지 줄면서 수요가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북미·유럽의 휘발유, 등·경유(항공유) 수요 비중은 각각 43%에 이른다. 중국의 글로벌 휘발유, 등·경유 수요 비중이 12~14%인 것을 고려하면 3배 이상 높은 셈이다.

이 증권사 윤재성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유럽 입국 금지 및 이동 자제 요청 등은 휘발유, 등·경유 수요에 큰 타격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코로나19의 미국·유럽 확산은 중국에서의 확산보다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 영업적자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영업손실 규모가 최대 4000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며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도 코로나19 영향으로 도미노 타격이 우려된다. 수요처인 자동차의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시장이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태가 장기화하면 공장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지난 2월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31만대로 1년 전보다 79.1%나 감소했소,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 양상을 띠면서 유럽,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의 자동차 수요 감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주 1위를 탈환한 조선업계도 선박 발주 가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 조선해양시황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선박 발주량은 30만CGT로 전년(206CGT) 대비 85% 급감했다. 1월~2월 누계 선박 발주량을 살펴봐도 1년 전(489만CGT)보다 76%나 줄어든 117만CGT로 집계됐다.

미국 무역분쟁 장기화와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선주들의 관망세가 이어진 가운데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며 업황이 부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상 물동량 감소 등의 우려도 해상 운임이 전반적으로 주저앉자 선주들이 발주를 꺼리는 것이다.

산업계는 이 같은 악재가 계속되면 결국 경영난에 따른 비용 감축으로 인력 구조조정도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광범위하고 장기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에쓰오일은 1976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할 전망이다. 최근 부장급 대상으로 열린 인사 설명회에서 현재 검토 중인 희망퇴직 계획안에 대해 설명했다. 회사는 연령별로 50~54세는 60개월, 55~57세는 50개월, 58세는 40개월, 59세는 20개월의 기본급 지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은 희망퇴직 절차에 돌입한 데 이어 유휴인력을 대상으로 한 일부 휴업 검토에 들어갔고, 국내에서 폴리실리콘 사업을 중단하기로 한 OCI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고강도 조치를 하고 있다.
 
극심한 불황으로 2016년을 전후해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선 조선업계는 여전히 구조조정 한파가 불고 있다. 올 초에는 대우조선해양이 희망퇴직 절차를 진행했고 삼성중공업은 수시로 희망퇴직을 받는 구조를 마련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산업의 토대가 되는 기간산업 대기업마저 코로나19로 휘청이고 있다"며 "위기극복을 위한 대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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