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현대모비스 자사주 매입 언론보도 '봇물'... '향후 지배구조 개선에도 도움' 관측
정몽구 회장의 22년 이사회 의장직 사임은 3세 시대 못박는 퍼포먼스
"소박하고 겸손하며 현대차에 젊은 감성 불어넣고 있다"는 재계 평가 새삼 주목

[FE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지난 2017년 10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박근혜 정부 시절 문건의 일부 내용이 공개되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박근혜 정부가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해서 지원하려던 정황이 담긴 문건이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에는 의문을 던지고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은 좋은 평가를 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현재 이재용은 검증된 바 없다"고 평가절하 하고 기아차에서 현대차로 건너간 정의선 부회장에 대해서는 " '언제 돌아오냐'는 내부 호평이 있다"며 경영능력을 높게 보는 비교가 당시 재계의 화제가 됐었다.

재벌가 2-3세 후계자들 중 정 수석부회장에 대한 평은 비교적 좋은 편이다. 재계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 고 정주영 왕회장과 아침 밥을 먹으면서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란 환경이 큰 영향을 미쳤을거라고 본다.  그런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선장으로 본격 항해를 시작했다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자사주(지분) 매입에 나섰다는 소식과 부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2년간 맡아왔던 현대자동차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그 신호탄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5일 연속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들였다. 총 817억원 규모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것은 회사에 현금이 그만큼 충분히 쌓여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 "기업이나 CEO들의 자사주 매입은 향후 주가에 분명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또 "기업들마다 앞다퉈 안전자산마저 현금화 하고 있는 지금,  유동성이 메말라 어디서든 투자를 받아야 하는 기업과 충분한 현금으로 버틸 수 있는 곳 중 어떤 곳으로 관심과 투자가 몰릴지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고 말한다, 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저평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라는 평가도 있다.

그것 뿐일까?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한 것에 대해 현대차측은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자동차 경기 침체에 따른 주가 하락을 견인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조치"라고 밝혔지만 "향후 추진될 지배구조 개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 취득은 2015년 9월과 11월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했던 우호지분 501만주를 시간외 매매를 통해 인수한 뒤 5년만이다  특히 현대모비스 지분은 처음으로 매입해 지분율을 보유하게 됐다. 이같은 차원에서 "정 수석부회장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서 잠재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결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자사주 매입이 지배구조 개편과 완전히 무관한 결정만은 아니라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모든 지배구조 개편 방법의 기본적 프레임은 제한적 자금 환경에서 최대한으로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그룹의 중심축인 현대차와 다양한 개편안 시나리오 속에서 현대차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연결고리로 인식되고 있는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분 인수는 어느 시점에 어떤 방법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하든 정 수석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관심을 끈다.

또 하나,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22년 만에 이사회 의장직에서 내려온다. 지난 1999년 3월부터 현대차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함께 맡아 온 정 회장이다. 정 회장의 이같은 결정은 일찍이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올해로 만 82세인 정 회장은 지난해 외아들 정 수석부회장에 경영 전반을 맡긴 뒤, 실질적으론 경영에서 손을 뗀 상태다. 2018년 이후부터는 이사회와 공개석상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정 회장이 지닌 상징성이 큰 만큼 그룹회장직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자사주 매입은 여러모로 상징적 의미가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일찌감치 현대차그룹의 후계자로 결정됐다. 아버지와 정몽구 회장과 마찬가지로 실무부터 배워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았다.  바닥부터 시작하라는 정 회장의 지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대표로 재직하며 '디자인경영'을 이끌었고 그와 동시에 'DESSING? KIA!'라는 광고 캠페인 등의 브랜드 마케팅을 전개함으로써 기아차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시켰다는 평가도 받는다.  또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성공적인 런칭과 성과의 배후에 정 부회장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는 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특히 가장 중요한 부문은 재계를 대표하는 재벌그룹 후계자로는 드물게 '소박하고 겸손하며 현대차에 젊은 감성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이다. 젊은 현대차 선장 정의선 수석부회장 행보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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