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020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축산물 전년보다 6.7%↑…가공식품 1.7%↑
외출 자제로 외식 물가 0.9% 상승에 그쳐
마스크 오프라인 1800원…온라인 4000원대

[FE금융경제신문=한주경 기자] 코로나19 영향으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외식 물가 상승 폭은 0%대에 그쳤지만, 가정에서의 음식 재료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공식품과 축산물의 물가는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2일 발표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 1%대를 유지했다.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54(2015=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 상승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월(0.8%)을 시작으로 1년 내내 0%대를 오갔다. 지난해 9월(-0.4%)에는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공식' 물가가 처음으로 0%를 밑돌았다.

지난 1월(1.5%) 농수산물 및 석유류의 가격 상승과 저(低)물가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13개월 만에 1%대로 올라섰다. 이후 2월(1.1%)에 이어 이달까지 3개월 연속 1%대를 유지 중인 셈이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심의관은 "감염 예방을 위한 소비패턴 변화로 외출을 자제하다 보니 가정 내 음식 재료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공식품 물가가 올랐다"며 "가정에서 돼지고기나 달걀 등 축산물 수요가 늘면서 축산물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농축산물은 1년 전보다 3.2% 올랐으며, 농산물은 전년보다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 중 채소류는 16.5% 올랐다. 배추(96.9%), 양파(70.6%), 호박(58.1%) 등은 상승했으나 마늘(-22.7%), 귤(-10.0%) 등은 내려갔다.

반면 코로나19로 축산물은 전년보다 6.7% 오르면서 물가를 0.15%포인트(p) 올랐다. 세부적으로 보면 돼지고기가 전년보다 9.9%, 달걀이 20.3%, 쇠고기 5.0% 올랐다. 수산물도 온난화로 인한 어획량 감소 등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상승했다.

공업제품은 전년 동월 대비 1.3% 상승했다. 휘발유(8.8%), 경유(3.0%) 등 석유류가 6.6% 오르면서 전체 물가에 0.26%p 기여했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 유류세 인하 정책으로 인한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 하락세로 인해 오름폭이 둔화됐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가공식품도 전년보다 1.7% 가격이 올랐다.

안 심의관은 "외출을 자제하고 가정 내 소비하다 보니 가공식품과 축산물이 전월 동월비로 많이 오르면서 물가 기여도가 0.3%p 정도 된다"며 "물가에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전체 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고 1%대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비스물가는 전년보다 0.5% 상승했다. 월세와 전세가 각각 0.1% 하락하면서 집세 물가도 0.1% 내려갔다. 공공서비스 물가도 0.6% 하락했다. 시내버스료(4.9%), 외래진료비(2.4%), 택시료(6.4%) 등에서 올랐으나 고등학교납입금(-34.5%), 휴대전화료(-1.9%) 등이 하락했다.

외식 물가도 0.9% 상승에 그치며 3개월 연속 전년 동월 기준 0%대에 머물렀다. 평균적으로 연초에 외식 물가가 상승하지만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가격 상승을 제약한 것으로 보인다. 콘도이용료 물가도 1년 전보다 3.1% 내려갔다.

지출목적별로 보면 오락 및 문화 물가가 1.3% 하락했다. 2009년(-3.6%)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국내 및 해외 단체 여행이 줄고 2~3월 입학·졸업식 취소로 생화(꽃) 가격이 하락하면서 오락 및 문화 물가를 끌어내렸다.

구입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1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8% 상승했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3.8% 올랐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 파악을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년보다 0.7% 상승했다. 지난해 7월 1.0%를 보인 이후 8개월 연속 0%대에 머물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0.4% 오르면서 지난해 2월(1.1%) 이후 1년1개월째 1%대를 밑돌았다. 이는 1999년 12월(0.1%) 이후 최저치다. 개별소비세 및 고등학교 납입금 인하 등 정책적 요인에 외식서비스 및 집세 상승 폭이 둔화되는 등 경기적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품귀 현상을 보였던 마스크 가격은 오프라인에서 1800원대로 안정세를 보였다. 온라인 역시 한때 5000원대까지 올랐지만, 지난주 들어 4000원 초반대 가격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 심의관은 앞으로 코로나19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지난해 물가가 낮았던 기저효과가 있어서 크게 마이너스(-)를 보이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무상교육이나 고교납입금, 급식비 등이 3월에 반영이 안 됐고 국제 유가 하락이 추가로 반영 시 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교납입금 및 무상교육이 4월 지표에 반영되고 석유류 가격 하락이 반영될 경우 1%대를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안 좋아지면 물가에 영향을 미칠 거로 생각하는데 이는 지켜봐야 하는 문제"라며 "물가는 후행지표라서 영향이 천천히 반영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는 3월 소비자물가동향과 관련해 "지난해 주로 공급 및 정책 요인에 기인해 1% 미만의 흐름을 나타냈던 소비자물가는 올해 들어 공급측 하락 압력이 완화되면서 1% 초중반의 흐름을 기록하고 있다"며 "최근 국제유가 하락은 향후 물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는 소비자물가 흐름 및 물가 상·하방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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