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증권사 4곳 1분기 실적 추정치 연초대비 20~30% 하락"
코로나19 여파로 투자은행(IB) 업무와 트레이딩(운용) 부문 영업손실 예상

 

[FE금융경제신문= 김다운 기자] 증권사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성장을 견인해왔던 투자은행(IB) 업무와 트레이딩(운용) 부문에서의 영업손실이 예상되어 상당한 추락이 예상된다. 해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추진하는 증권사의 경우 업무 마비가 결정타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추정기관 3곳 이상이 예상한 국내 증권사 4곳의 1분기 실적 추정치는 연초대비 20~30%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올해 초 1분기 실적으로 순영업수익 4961억원, 영업이익 1918억원, 순이익 1473억원을 기록할 수 있다는 예상치가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이 회사의 실적 추정치는 순영업수익 4225억원, 영업이익 1285억원, 순이익 824억원으로 제시됐다. 연초대비 변동률은 각각 -14.9%, -33.0%, -44.1%로 계산된다.

미래에셋대우의 실적 전망치 하락은 해외 PF 사업 차질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 19 여파로 미국 내 최고급 호텔 15곳 인수자금 조달 및 납입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고 지난해 인수한 프랑스 파리 랜드마크 마중가 타워 미매각 물량 셀다운도 지연되고 있어 1분기 실적 하락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은 올해 초 실적 예상치로 순영업수익 3359억원, 영업이익 1524억원, 순이익 1275억원 등이 제시됐지만 최근 한달 새 순영업수익 2607억원, 영업이익 888억원, 순이익 434억원으로 수정됐다. 연초대비 변동률은 각각 -22.4%, -41.7%, -65.9% 등이다.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달 세계 증시 폭락으로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손실이 커져 실적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회사의 자체 헤지 ELS 잔액은 약 6조원 규모로 증시 폭락 상황에서는 자체 해지 ELS 잔액이 높을 경우 대규모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 실적 추정치를 낮추는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증시 방향에 중립적인 헤지 운용을 하기보다는 방향성 투자를 해왔다"고 지적하며 삼성증권이 ELS헤지 운용을 통해 1600억원의 트레이딩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키움증권은 올해 초 1분기 실적으로 순영업수익 2195억원, 영업이익 1333억원, 순이익 11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치가 집계됐다. 하지만 최근 한달 새 1분기 추정치는 순영업수익 1730억원, 영업이익 891억원, 순이익 523억원으로 연초대비 -21.1%, -33.1%, -53.1% 낮아졌다.

코로나19로 지난달 국내 증시가 폭락장세를 보일 때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며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가 급증했지만 1분기 실적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키움증권의 경우 브로커리지 비중이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증시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7일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신용 등급 전망을  6곳의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하향조정 검토'로 변경했다.무디스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6개 증권사의 ELS 관련 거래, 우발부채, 부동산 PF 취약성 등이 신용 등급 하락의 주된 이유라고 꼽았다. 

무디스는 "글로벌과 국내 자산 가격의 급격한 조정이 한국 증권사의 수익성과 이익을 상당히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 증권사들은 상당한 규모의 채권과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자산평가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무디스는  "이들 증권사가 국내 및 해외 투자기회를 모색하는 가운데 대체투자 자산 판매가 증가했다"면서 "대부분 증권사는 이와 같이 매입한 자산을 리테일 투자자나 기관투자자에 판매할 계획이지만 차질이 발생한다면 장기간 펀딩을 유지해야 하고 자산평가 손실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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