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회장, SPC삼립 지분 40% 장남 허진수 부사장에게 증여 ... '장자승계' 포석?
당초 허진수·허희수 형제간 계열사 지분, 사업 등 경영부분에서 경쟁구도
업계 일각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 지켜봐야" 목소리도

[FE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재벌그룹, 대기업들의 경영권 '장자승계' 원칙은 유별나다.  창업주부터 재벌총수들은 가능한 장남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려 한다.  그러나 '장자승계'가 순조로운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오죽하면 500년 조선왕조에서도 임금 자리를 장자가 승계한 경우는 40%가 안된다. '부자의 난' '형제의 난' '남매의 난' 등이 벌어진 까닭이다.

파리바케뜨 SPC그룹 허영인 회장은 창업주인 허창성 회장의 둘째아들로서 경영권을 물려받지 못했지만 지금의 SPC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 히스토리가 흥미진진하다.  허창성 회장은 1945년 제과점 상미당으로 출발해 삼립식품(지금의 SPC삼립)을 세우고 1977년 이를 장남인 허영선에게 물려줬다.  차남 허영인에게는 삼립식품과 비교할 수 없을만치 작은 소규모 샤니 경영권을 물려주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장남 허영선은 리조트 등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벌이다가 1997년 외환위기 때 삼립식품을 부도로 내몰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반면 차남 허영인은 샤니를 바탕으로 식품분야에 올인하면서 파리크라상과 배스킨라빈스31을 운영하는 '비알코리아' 등을 설립하고 1990년대 중반에 파리바게뜨의 성공으로 업계 1위에 올라섰다.  이어 2002년도에는 아버지가 설립하고 형이 운영해 온 삼립식품을 역인수하고, 2004년 1월 현재의 SPC그룹을 출범시켰다.

허영인 회장은 둘째 아들로 아버지로부터의 그룹승계를 받지 못했지만 자신의 경영능력으로 오늘의 SPC그룹을 이뤄낸 것이다. 이런 히스토리로 볼 때 허 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잣대는 '장자' 원칙보다 '능력'이 우선일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지난 8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자신의 SPC삼립 지분의 절반인 40만주를 두 아들 중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에게 증여했다. SPC그룹 계열사 중 SPC삼립이 유일한 상장회사다. 허 회장의 지분 증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증여로 허 부사장은 그룹 지주사격인 파리크라상(40.66%)에 이어 지분률 16.31%로 동생인 허희수 전 부사장(11.94%)을 앞서게 됐다.

이에 대해 언론매체들은 일제히 'SPC그룹 경영권, 장남 승계로 가닥' 이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허진수, 허희수 두 형제간 그룹 승계 저울추는 결국 장남으로 기운 것일까?

당초 SPC그룹은 허진수, 허희수 두 형제는 계열사 지분이나 사업 등 경영부분에 있어 경쟁구도를 유지해 왔다.  업계에서는 향후 허 전 부사장이 형인 허진수 SPC부사장과 함께 그룹을 공동 경영하는 구도가 예상했다. SPC그룹의 사업 분야가 명확해 계열 분리가 쉽지 않고, 형제의 활동영역도 명확히 구분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영인 회장은 지난 2015년 당시 허진수 - 허희수 부사장을 모두 삼립식품 등기이사에 올렸다.  당시 SPC그룹 내부에서는 경쟁을 통한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봤다. 당시 형제가 보유한 지분도 비슷했다. SPC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 지분도 당시 각각 11.47%와 11.44% 가지고 있어 사실상 그룹 지배력이 동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8년까지는 차남인 허희수 전 부사장이 나름 경영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유력차기주자로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현재 허 전 부사장은 경영 현장에서 한발 물러난 상태다.

그렇다면 이번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부사장에 대한 SPC삼립 주식 증여로 그룹 '장자승계' 가닥이 잡힌 것일까? 업계에서는 " 아직 섣부른 판단이다. 좀더 지켜봐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말한다. 아버지 허영인 회장은 49년생(만 70세)으로 아직 한창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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