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경영난에 빠진 두산중공업이 운명의 날을 무사히 넘겼다.

지난 21일 수출입은행은 27일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채 5억달러를 대출로 전환해줬기 때문이다. 

27일 만기가 돌아오는 5억달러 규모외화채권은 두산중공업이 상반기 중 갚아야 하는 차입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

사실 수출입은행의 이번 지원은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2015년 4월 두산중공업이 외화채를 발행할 때 지급보증을 섰기 때문에 두산중공업이 갚지 못하면 결국 지급보증을 한 수출입은행이 대신 갚아야 했다.

국가 기간산업은 한번 무너지면 신생 기업에 의한 대체가 거의 불가능하고 산업 생태계를 다시 구축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만큼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까닭에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2일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40조원을 투입해 국가 기간산업들이 쓰러지는 것을 막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책은행의 두산중공업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우선, 두산중공업의 경영 위기는 항공업처럼 코로나19의 치명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두산중공업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2014년부터 6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두산중공업의 당기순손실은 2014년 855억원, 2015년 1조7509억, 2016년 2155억, 2017년 1097억원, 2018년 4217억원, 2019년 1044억원이다.

코로나19가 없었던 지난해에도 두산밥캣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매출액  15조6597억원, 영업이익 1조769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각각 6.1%와 7.3%가 증가했지만 당기순손실 1044억원을 기록하면서 결국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또한, 앞으로의 수익전망도 밝지 않다. 글로벌 석탄화력발전 시장이 침체된데다 코로나19가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를 가져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세계경기 침체로 공사수주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두산그룹 전반을 실사하고 있다. 또 두산그룹이 최근 제출한 자구안을 검토해 이르면 5월 초 두산중공업 경영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고 추가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쇼크로 업종을 망라하고 곳곳에서 기업들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항공·해운·반도체·자동차·유통 등 다른 업종과 기업도 지원해야 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빌려줄 수 있는 돈은 무한하지 않다. 

결국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살리고 살릴 수 없는 기업이라면 과감하게 구조조정에 나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 금융의 역할과 국책은행은 책무가 막중한 시기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으로 소중한 혈세가 '밑빠진 독'에 부어지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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