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의 권고 수용 사과문 발표
"자녀들에게 경영승계 안 해"
무노조 경영 철폐 방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녀들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이병철 전 회장,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가 3대를 잇는 세습경영에 대한 포기선언이다. 

이 부회장은 6일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대국민 사과문 발표를 통해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이 자리에서 분명히 약속드리겠다"며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오래 전부터 마음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것은 주저해왔다"면서 "경영환경이 결코 녹록지 않은 데다가 제 자신이 제대로 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제 승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의 권고를 수용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준법위는 이 부회장과 삼성 7개 관계사에 경영권 승계와 노동 관련 준법의무 위반 행위 등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요구해왔다. 준법위는 이 부회장의 횡령 뇌물 혐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측에 준법 경영 관련 조치를 요구하자 출범시킨 독립 기관이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은 삼성의 노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언급하면서 창사 이래 유지해온 '무노조 경영'을 철폐할 뜻도 밝혔다.

그는 "삼성의 노사 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최근에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건으로 많은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다"면서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한편, 삼성 준법위는 이 부회장은 재판이 끝나더라도 활동 중단이 없을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더라도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계속 활동할 것"이라며 "활동이 중단없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그는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고 강조하면서 "저부터 준법을 거듭 다짐하고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 2016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의 책임과 관련해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당시 삼성서울병원이 슈퍼전파자 역할을 했다는 비판여론이 커지자 이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편, 삼성 총수가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오늘 이 부회장의 사과를 포함해 모두 네번째다. 1966년 이병철 창업주가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이건희 회장이 2008년 차명계좌 의혹으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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