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과 2013년에도 비슷한 혐의... "또 남양유업이냐” 네티즌들 불매운동 촉구
홍 회장에 대한 정식 수사 이번이 처음... 경찰 "구속영장 신청 검토"
남양, 사과문에서도 "사실이라 문제 없다고 실무자가 판단”... 비판 증폭

[FE금융경제신문 = 김용오 편집인] "또 남양유업이냐?" 남양유업의 경쟁사 매일유업 비방글 인터넷 유포혐의 수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오죽하면 그럴까? 기업으로서는 치명적 이미지다. 남양유업은 2009년과 2013년에도 인터넷에 경쟁사 비방글을 유포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이른바 상습범이다.

경찰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해 초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온라인 맘카페 등에 경쟁업체인 매일유업을 비방하는 내용의 글과 댓글을 지속해서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매일유업 측은 남양유업이 여러 곳의 맘카페에 '매일유업에 원유를 납품하는 목장 근처에 원전이 있는데 방사능 유출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내용의 글이 반복적으로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글을 올린 아이디 4개를 특정해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지난해 4월 홍보대행사를 압수수색해 해당 글을 게시한 아이디 50여개를 확보했다. 이어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70세) 등 7명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으며,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과거에도 여러번 물의를 일으켰지만 최고경영자인 홍 회장에 대한 정식 수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남양유업 측은 아직 조사 중인 사안이라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해당 홍보대행사에 마케팅 업무를 맡기고 비용은 지불했지만 비방 게시물 작업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양유업에서 댓글 부대를 동원해 경쟁사 제품에 대한 비난글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는 뉴스에 네티즌들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남양유업의 과거 갑질 전력이 새삼 공유되면서 비판이 증폭되고 있다. 남양유업이 이른바 '댓글부대'를 동원해 경쟁업체의 브랜드 이미지를 깎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사업을 좀 정직하게 해라" "너희 거 다시는 안 사 먹는다" 등등 불매 운동을 촉구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남양유업은 과거 이른바 '영업사원 갑질'로 기업이미지가 바닥에 떨어졌다. 지난 2013년 5월 남양유업의 한 영업사원이 대리점주를 상대로 막말과 욕설을 퍼부은 음성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이 사건으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수요가 크지 않은 상품들을 본사에서 대리점에 강매하는 이른바 '물량 밀어내기' 갑질 문제 후폭풍이 거세게 일었다. 

당시 분노한 소비자들은 남양 유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였다. 이후 남양유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등을 거쳐 대국민 사과를 했고, 갑질 근절을 약속한 바 있다.

또 2013년 6월에는 남양유업은 여직원의 경우 결혼하면 계약직으로 신분을 바꾼 뒤 임금을 깎고, 각종 수당에서 제외했다는 내부 직원의 폭로와 함께 임신해도 출산 휴가가 보장되지 않았던 사실도 드러나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지난해에는 남양유업의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가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약한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및 40시간의 약물치료 프로그램 수강, 220만여원의 추징금을 선고받기도 했다.  당시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은 "집안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 제 탓"이라며 사과했다.

홍원식 회장은 1950년 6월 12일 서울에서 남양유업 창업주 홍두영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남양유업 기획실 부장을 시작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부사장으로 재직하다 홍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과거 건설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와 관련해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지분 51.6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등기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홍 회장의 특이한 점은 언론과 접촉을 꺼리고 공개석상에서 보기 힘든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우는 것이다. 특히 2013년 대리점 갑질사태로 김웅 전 대표이사를 비롯해 남양유업 고위 경영진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할 때도 모습을 드러나지 않아 비난을 받았다. 또 홍 회장은 2019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기벤처위원회 국정감사 일반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고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가 대리 출석했던 경우도 있다,

최근들어 남양유업은 저출산에 따른 우유 소비량 감소 등으로 본업인 우유, 분유류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우유에 이어 업계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2013년 '갑질횡포 논란' 등에 따른 소비자 불매운동, 부정적 이미지로 타격을 받아 국내 우유시장에서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그같은 소비자 불매운동 타킷을 피하려는 꼼수인가?  남양유업이 슬그머니 이름을 감추고 판매하는 제품도 많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주)건강한사람들, 에이치즈, 보리텐, 이마트에브리데이두유, 빙그레굿모닝우유, 이마트진심을담은우유, 갈배사이다 등등 제품이 사실상 남양유업이거나 남양계열사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양유업 자체 조사자료에 따르면 우유류시장 점유율이 2012년 25%에서 2019년 상반기 22%로분유류시장 점유율은 2012년 54%에서 2019년 상반기 50%로 떨어지고, 발효유시장 점유율은 2012년 32%에서 2019년 상반기 27%로  낮아졌다.

기업문화는 오너의 멘탈리티에 달렸다는 게 정설이다. 최고경영자 홍 회장의 진정한 경영철학은 과연 무엇인가? 끊임없이 불거지는 각종 물의, 의혹 등에 이어 이번 경쟁사 비방 인터넷글 유포 혐의 수사를 보면서 드는 궁금증이다. 국민들은 왜 남양유업을 비판하고 불매운동을 벌이는가를 자문해본 적이 있는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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