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 판매사들은 소극적 ... 금융소비자단체는 비판의 칼날
금감원, 윤 원장 모양새 구겨진 형국 ...당초 계획대로 5월 설립은 '안갯속'
금융당국, 판매한 금융사들 책임회피 수단 악용 우려도 제기

[FE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윤석헌 금감원장 퇴진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그동안 간간히 교체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이번에는 구체적이다.  정치권에서는 후임으로 관료출신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 (전 금융위부위원장)가 거론되고 있다.

학자 출신의 윤 원장이 금감원장으로서 역할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얘기는 금융계에서 자주 거론됐었다.  자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컸다. 금융 현안과 사건사고에 제대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잽을 계속 맞다가 최근 신라젠과 라임사태 대처 문제로 결정타를 맞았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현 시국에 금융감독원 수장을 교체하는 건 무리수라는 지적이 변수로 보인다.

작금 윤 원장을 사면초가에 빠뜨린 금감원과 금융권 최대 현안은 라임사태 해결책이다.  윤 원장은 소위 '라임 배드뱅크' 설립을 '신의 한수' 처럼 꺼냈다, 1조 7000억원 규모의 라임펀드 부실을 처리하기 위해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가 각각 자신들의 몫을 출자한 후 라임자산운용의 부실펀드를 이관해 회수 작업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동상이몽' '오월동주' 형국이다.

은행 등 판매사들은 소극적이고 금융소비자단체 등은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사면초가에 빠지고 윤 금감원장 모양새는 구겨졌다. 당초 계획대로 5월 안에 배드뱅크가 출범할지 지금으로서는 안갯속이다.

배드뱅크는 금융회사로부터 부실채권을 따라 매입해 운영하는 기관을 의미한다.  자산운용사 형태로 설립한 배드뱅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권의 경우 우리은행(3577억원),  신한은행(2769억원), 하나은행(871억원), BNK부산은행(527억원), BNK경남은행(276억원), NH농협은행(89억원), KDB산업은행(37억원 등의 순으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 등 증권사까지 총 19개사가 판매했다.

문제는 주도면밀하고 구체적인 출자방식 등이 정해지지 않은 데다, 주요 판매사 6곳 등 금감원이 참여를 독려하고 있음에도 구체적인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이 많지 않다. 특히 일부 은행에서는 배드뱅크 출자로 인해 향후 배임 논란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 몸을 사리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윤 원장은 "펀드 이관 전담회사(배드뱅크)를 만드는데 약간 이견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5월 중에는 조정될 것으로 본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금융업계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작금의 상황이 그리 만만찮게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소비자원의 주장은 '라임 배드뱅크' 설립이 쉽지 않음을 예고한다.  배드뱅크가 빠른 자금 회수보다는 금융당국과 판매한 금융사들의 책임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소비자원은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라임펀드 자산들은 일반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현금화가 어려운 것들로 구성되어 있어 당장 회수율이 높아지거나 회수 일정이 빨라지지는 못할 것"이라며 "모든 부실을 개별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한 곳에서 종합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신속한 처리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이고 공정한 처리도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신설 배드뱅크의 운영 기간은 6년, 인력 20명, 자본금 5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한정된 시한내 활동할 제대로 된 조직을 구성할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또 출자금융사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투자자만 긴 기간 동안 더욱 골탕 먹게 될 것은 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 금소원의 지적은 배드뱅크의 맹점을 정확히 찔렀다. "판매사들은 배드뱅크 설립에 소액의 자본금(50억원- 19개사)과 인력(20명- 19개사) 지원을 마무리하면, 투자자들의 항의에 대한 처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골치 아픈 업무를 배드뱅크로 떠 넘기고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서 "배드뱅크가 금감원과 금융사의 책임회피와 시간벌기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찌해야 하는가. 배드뱅크 설립을 없었던 일로 해야 할까? 그건 쉽지 않는 일이다. 금감원 위상과 역할 문제와도 연결된다. 그러나 금소원은 "금감원은 배드뱅크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회사별, 펀드별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라임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신속한 배드뱅크 설립보다는 판매사의 사기판매, 부당행위 공모 여부,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결정과 금융사의 손실 분담과 처벌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 부분은 판매사들이 부담스런 방안이다.

라임사태와 관련된 시중은행과 증권사들은 공모자가 아닌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상품을 만든 자산운용과 이를 판매하는 판매사 간 정보는 교류할 수 없다. 때문에 판매사들은 라임운용이 고의적으로 부실 펀드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판매사 입장에서는 배드뱅크 설립 논의 자체가 부담이다. 배드뱅크는 성격상 라임운용 환매중단 펀드의 손실액 보상 등 뒤처리를 맡게 된다. 이미 피해를 본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피해보상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당초 5월말까지 베드뱅크 설립을 마무리하겠다는 금감원 계획은 물건너 간 형국속에서 운석헌 원장의 교체설까지 나오고 있다. 어수선하다. 과연 가장 지혜로운 라임사태 해결책은 무엇인가? 핑퐁식 떠넘기기는 계속될건가? 이렇게 시간을 끌면서 망가지는 것은 금융당국의 위상이고 판매금융사들의 신용이다.

사족 하나. 금감원 내부통제에 대한 비판도 껄끄러운 부분이다. 라임사태와 관련해 금감원 직원도 연루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그러나 관련 직원만 내부감찰을 진행했다. 금융업계에선 직원 1명 이외,  연루된 직원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의혹설이 나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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