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 신용·체크카드 온라인 신청이 지난 11일부터 시작됐다.

이에 따라 모든 세대주는 각 카드사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을 통해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고, 신청 이틀 후면 사용할 수 있게 충전된다. 즉 정부가 전 국민에게 지급하기로 한 재난지원금을 국민 개개인이 자신이 선호하는 카드사를 선택해서 신청하면 해당 카드로 지원금을 사용하고 정부는 카드사에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침체된 가운데 10조원 규모의 결제시장이 열리면서 고객 유치전을 펼치기 좋은 기회였다. 내심 소비자들도 정부로 부터 지급받는 재난지원금 외에 카드사 마케팅으로 별도의 혜택을 바랐건만 뚜껑을 열어보니 카드사의 마케팅은 전무하다 시피 했다.

여러 카드사가 각각 준비했던 이벤트를 취소했고 한 카드사는 자사 카드로 재난지원금 충전을 신청한 전원에게 커피 쿠폰을 주기로 했다가 신청 첫날 당일이 되자 이를 돌연 중단했다.

이유는 정부의 자제령과 정치권의 따가운 시선 때문이다. 지난 8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카드사 9곳 CEO들과 만난 긴급재난지원금 업무협약식 자리에서 '마케팅 자제령'을 내렸다.

이날 은 위원장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업무에 신용카드사들이 참여하는 것은 세계에 유례없는 민관 협력 사례"라며 카드사들을 격려하면서도 "정부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지원금 신청을 유치하기 위한 지나친 마케팅 활동은 자제해주기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일에 금융사들이 돈을 써가며 시장점유율 경쟁을 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였다.

그보다 앞선 지난 1일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마케팅 자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 포기를 주장했다.

채 의원은 "긴급재난지원금 약 14조원 중 현금지급 등을 제외하면 약 10조원은 신용카드 포인트로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 3억원 미만의 소상공인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0.8%로 가정한다면 800억원의 카드수수료가 발생한다"면서 "금융당국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분에 대해서는 가맹점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도록 소상공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별 소상공인에게 단 돈 몇 만원일수도 있지만, 국가 세금으로 신용카드 배를 불리는 것이 아니라 소상공인에게 한 푼이라도 더 가게 해야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이같은 반응에 카드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긴급재난지원금 전산시스템 구축 비용, 서버 증설 비용, VAN사 지급해야 할 수수료, 콜센터 재정비 비용, 추가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수수료 수익은 거의 없다 시피하다"면서 "긴급재난지원금 유치 마케팅으로 수익을 올리기 보다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기존 고객 이탈을 막고 신규고객을 유치하려는 목적이 컸는데 당국의 규제때문에 결국 못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은 전염병으로 시작된 전례없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소비활성화를 위해 시작된 정책이다. 카드사의 과다 마케팅 비용이 결국 가맹점주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주장도 틀린 지적은 아니지만 보다 적극적인 민간 소비 활성화를 위해서는 카드사의 자유로운 경쟁환경을 조성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카드사도 결국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고 국가경제 고용의 일부를 담당한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추경까지 벌여 마련한 정부예산이 카드사의 주머니에 들어간다는 것이 못마땅할 수는 있으나, 이러한 과도한 민간 자율 침해는 자칫 관치금융 논란을 키울 수 있다.

이번 금융당국의 '마케팅 자제령'을 지켜보면서 커피 쿠폰 정도 지급하는 것까지 정부가 나서서 문제 삼은 것은 과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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