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일주일만에 초등학생 상대 거액 소송 사태로 '대국민 사과'
센터장, 보험설계사 성추행 사건 등 터져 ... "내부통제 작동하나?" 의문
재무구조 취약, 금감원이 경영 관리 대상으로 편입...국내외 신용도 추락
김승연 한화 회장 지론인 "신뢰와 의리"에 동떨어진 경영 지적도

[FE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한화손해보험 강성수 대표는 과연 승리를 견인할 구원투수인가? 패전처리 선수로 기록될 것인가? 강 대표를 발탁한 김승연 회장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적자누적등 심각한 재정 문제 등 경영위기에 빠진 한화손보를 되살릴 히든카드라는 기대속에 지난 3월 새로운 CEO로 등장한 강성수 대표가 취임 일주일만에 했던 일은 다름 아닌 '대국민 사과'였다.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사망하고 고아가 된 초등학생을 상대로 수천만원의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해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강 대표가 공식 사과하고 관련 소송을 전부 취하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여론에 떠밀린 퍼포먼스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결과적으로 기업 이미지 악화와 신뢰도 하락 등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고객의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보험사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다.

또 이어 업친데 겹친 격으로 한화손보 센터장이 전속 보험설계사가 되기 위해 교육을 받던 20대 여성을 강제로 성추행해 피소되는 '성추행' 논란까지 터졌다. 보험설계사는 보험사에 직접 고용되지 않는 개인사업자다. 하지만 전속 보험설계사는 보험사의 관리를 받는다. 센터장은 이 보험설계사를 관리하는 한화손보의 정직원이다. 한화손보가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까닭이다.

이 두가지 사건은 한화손보와 강 대표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게 보험업계 중론이다. 관리감독을 통해 미리 막을 수 있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진 만큼 회사 내부통제 기능의 부실과 임직원의 도덕성 등에 심각한 문제가 있고 이는 곧 결국 경영책임자인 강 대표의 리더십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초등학생 대상 거액 소송 논란으로 불매운동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업친데 겹친 격으로 센터장의 성추행까지 알려지면서 한화손보의 보험사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는 업계 평이다. 특히 연이은 악재가 발생한 것도 문제지만 그 처리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결국 대표가 여론에 떠밀려 공식사과하는 모양새를 만든 경영진에 대한 질책도 크다. 과연 한화손보와 강 대표가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소송문제가 국민여론을 강타하면서 한화손보의 전부 패소율이 업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라는 게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한화손보가 고객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전부 패소율을 13.99%다. 손해보험업계 2위다.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고객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전부 패소율이 높다는 건 한화손보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한화손보와 같은 대형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게 어찌 쉽겠는가.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2017년 기준 보험계약 무효확인 및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 패소율이 66%로 업계에서 가장 높았고 민사조정건수도 전체의 72.6%로 월등히 많았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재무통'으로 꼽히는 강 대표에게 "한화손보를 다시 살려라"는 임무를 부여한 것에 다름 아니다. 강 대표는 64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한화증권에 입사한 후 한화건설 금융팀장을 거쳐 무역, 화약부문에서 경영기획 전무를 담당했다. 2016년부터는 한화손보에서 재무담당 전무를 거쳐 지난해까지 한화 지주경영부문 재무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  올해 초 한화손보에 사업총괄 부사장으로 돌아온 재무관리 전문가다. 한화손보 실적 개선과 재무구조 개선 등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941억원, 당기순손실 691억원 등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적자 전환됐다. 특히 한화손보는 실적부분 뿐만 아니라 재무구조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손보의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은 180.99%로 전 분기 대비 9.7%p 떨어졌다. 업계 평균치인 241.16%를 크게 하회하는 수치다. 대형 손보사 중에선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내내 RBC비율 지표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결국 금감원은 한화손보를 경영 관리 대상으로 편입시키기도 했다. 강 대표의 갈 길은 바쁘다. 그러나 강 대표의 앞에는 암초 뿐이다. 앞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고 언제 끝날지 모른다. 모든 경제 지표는 암울하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0.75%)으로 낮췄다. 저금리로 인해 수익률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강 대표는 어떤 카드로 한화손보의 실적 반등을 꾀할 것인가?

강 대표에게 한화손보 재기를 맡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평소 '신용과 의리'를 강조한다. 한화그룹이 내세우는 대표적 구호는 '함께 멀리'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기업의 자부심은 단순히 매출이나 이익과 같은 숫자만이 아닌 사회의 신뢰를 얻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강 대표와 한화손보는 '신뢰와 실적' 이 두가지를 모두 놓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룹총수인 김승연 회장의 경영철학과 거리가 멀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고아인 초등학생에 대한 거액 소송 사건이다. 강 대표가 소 취하와 사과까지 했지만, 한화손보의 악질적 구상권 청구에 대해 국민들은 분노했다.  청와대국민청원까지 오르며 한화손보는 코너에 몰렸다. 고객의 신뢰가 생명인 보험회사로서 치명타를 입은 것이다. 또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이 한화손보의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하는 등 뒤따른 후폭풍도 만만찮다. 현재 강 대표와 한화손보의 앞길은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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