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민주당 대표 총선 중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즌2' 공언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등 지방이전 논의 빨라 질듯
전문가들 "서울의 금융중심지로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국책은행은 상당한 인력유출을 겪을수 있어"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21대 국회에서 여당이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차지하게 되면서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지방 이전 논의가 빨라 질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에서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본점을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었으나 지역구가 지방인 의원들의 지역 민심을 겨낭한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확실한 여대야소 분위기를 동력 삼아 추진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이란 게 금융권 안팎의 관측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4월 6일 부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전국을 다녀보면 제일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이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라며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즌2'를 총선이 끝나는 대로 지역과 협의해 확정 하겠다"고 밝혔다.

그보다 앞선 지난 2018년 9월 국회 연설에서 이 대표는 "수도권에 있는 122개 공공기관의 2차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당시 민주당은 122개 기관을 전부 이전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으나, 이 대표가 언급한 122개 공공기관에는 국책은행 3곳이 포함된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노무현정부 때 지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2007년부터 10년여 동안 진행됐다. 공공기관을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옮겨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꽤한다는 목적에서다. 지난해까지 150곳이 넘는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했다.

지방으로 이미 본사를 옮긴 금융 공공기관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예탁결제원 등이다.

현재 국책은행 3곳은 모두 서울의 금융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여의도에 기업은행은 을지로에 본점을 두고 있다. 이들의 지방 이전 논의는 정치권에서 여러 차례 제기된 적도 있으나 국책은행의 수요가 서울에 몰려 있고 금융산업은 인적·물적 네트워크가 핵심이라는 명분으로 지방행을 피할 수 있었다. 

또 국책은행 3곳 모두 본점을 이전하려면 현행법을 개정해야 하기에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됐다.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하려면 21대 국회에서 관련법의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당사자인 국책은행들은 일관된 입장으로 지방 이전을 반대해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9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책금융을 지방으로 분산 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산업은행이 해외로 팽창하고 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할 시점에 지방 이전은 퇴보하는 것"이라고 산업은행 본점 이전 계획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수출입은행 측의 반발도 적지 않다. 수출입은행은 수출지원 금융, 해외투자 금융, 수입 금융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는 곳으로 해외 바이어 및 외국 정부 관계자와의 긴밀한 접촉이 업무 특성상 중요하다. 이들이 지방으로 가게 되면 수시로 서울을 오갈수 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수출입은행장 시절 국책은행 지방 이전은 국회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수출입은행은 수익의 6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며 "해외 바이어를 비롯해 외국 정부 관계자와 접촉하기 위해서는 서울이 영업에 더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서울의 금융중심지로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국책은행은 상당한 인력유출을 겪을수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계 컨설팅그룹인 지옌(Z/Yen)은 세계 주요 도시의 금융경쟁력을 측정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를 해마다 두 번씩 발표하는데 올해 3월 기준 서울은 세계 108개 도시 중 33위에 그쳤다. 2015년 9월 5위까지 올랐던 서울은 매년 순위가 하락하고 있어 아사아의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금융 인프라 관련 밀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분산돼있는 금융기능을 한 곳에 집중시켜, 금융 업무 관련 효율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까지 현실화될 경우 서울이 가진 '금융허브'로서 국제 경쟁력이 더욱 하락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강다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서울 중심 국제금융 허브 육성이 효과적이고, 금융기관 분산시킬 경우 글로벌 시장 내 한국의 금융경쟁력이 더욱 약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1차 공공기관 이전으로 이미 서울을 떠나 지방에 자리잡은 금융 공공기관들은 업무 비효율화와 인력 수급 문제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공단은 전주 이전이 가시화한 2016년 이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직 퇴사자가 1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체투자본부에서 32명이 빠져나가 국민연금이 수익률 관리를 위해 강화하는 대체투자 분야에도 비상이 걸렸다. 신규 채용도 원활하지 않다.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직원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가족들의 주거가 달린 문제고 지방으로 이전하게 된다면 자녀들의 교육문제 때문에 퇴사를 선택하는 직원들이 꽤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28일 '혁신도시 성과평가 및 정책지원 연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는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혁신도시 정책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한 혁신도시 미래 발전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국토부가 국토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한 것이다. 특정 기관을 지방으로 보내겠다는 내용은 담기지 않지만 이해찬 대표가 총선 전에 말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시즌2를 위한 근거가 될 수 있는 용역 보고서이기 때문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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