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오송금, 송금인 절반은 못 돌려받아
금융당국, 21대 국회에서 '착오송금 구제법' 재추진 예정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 30대 초반의 회사원 A씨는 얼마전 인터넷뱅킹을 이용해 계좌이체를 하다 그만 실수로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해 다른 계좌에 3470만원을 이체했다. A씨는 은행 영업점에 해당 사실을 알리고 수취은행에 반환청구를 접수하는 과정에서 해당 계좌가 압류계좌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지만 현실적으로 소송을 진행한다고 해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A씨는 정부와 정치권이 착오송금 구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지난 20일 본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20대 국회는 막을 내렸지만 '착오송금 구제법(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착오송금 건수와 금액이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이중 절반가량은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21대 국회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정장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가 제도를 만들고 민병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착오송금 구제 법안'이 결국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폐기 법안들은 21대 국회 때 다시 발의될 수는 있지만 논의와 시행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온라인·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 확대로 착오송금 피해액과 건수는 해마다 늘고있는데 단순히 개인의 잘못으로만 치부하기는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 착오송금 절반은 못 돌려받아

'착오송금'이란 돈을 보내는 송금인의 착오로 인해 송금금액이나 금융회사, 수취인(받는 사람)의 계좌번호 등이 잘못 입력돼 이체된 거래를 의미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19년) 착오송금 반환 청구 건수는 약 47만729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미반환 건수는 25만6349건이다. 금액 기준으로 반환 청구 금액은 1조922억원인데, 돌려받지 못한 금액은 5440억원이다. 미반환율이 건수 기준 54.5%, 금액 기준 49.8% 수준이다. 착오송금이 발생하면 절반 정도가 주인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착오송금 반환절차는 송금인이 송금은행에 착오송금 반환신청(영업점, 콜센터 접수가능)을 하면 금융결제원을 통해 수취은행에 반환청구 접수를 전달한다. 이후 수취은행이 수취인에게 착오송금 통지 및 반환청구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연락이 닿은 수취인이 해당은행을 통하거나 자신이 직접 송금액을 선뜻 반환해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불행히도, △수취인이 반환을 거부 △수취인의 연락두절 △수치계좌가 휴먼상태 또는 압류계좌인 경우 반환이 되지 않아 미반환 상태로 남아있게 된다.

이 경우 송금인이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수취인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한데, 이를 거부해도 강제할 방법은 민사소송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소송을 통해 돈을 반환받을 수 있더라도 100만원 이하 소액의 경우 소송비를 고려하면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적지 않고 만약 승소한다 하더라도 실제 회수를 보장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착오송금계좌가 압류계좌인 경우 압류의 효력이 발생해 돈을 찾을 길이 현재로서는 명확치 않다.

◆ 금융당국 21대 국회에서 '착오송금 구제법' 재추진 예정

'착오송금'이 계속 문제가 되자 20대 국회에서 구제 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착오송금 구제법(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의 핵심은 예보가 착오송금 송금인을 대신해 수취인 연락처를 제공받는 권한을 부여받은 뒤 수취인에게 연락을 취해 반환하도록 하는 것이다. 반환을 하지 않으면 지급 명령과 소송 같은 법적 절차도 밟는다. 예보는 이 회수액에서 소송비용 등 실비를 제외하고 송금인에게 돌려주게 된다.

개인이 수취인과 연락처를 알아내 연락하기도 힘들고 수취인이 안 돌려 준다고 하면 돌려받기도 힘드니 예보가 수취인으로부터 돈을 회수한 후 송금인에게 돌려주는 '선 회수 후 지급' 방식을 담고 있다.

앞서 2018년 발의된 개정안 초안은 예보가 정부 예산으로 못 받은 돈을 먼저 지급하는 방식이 었다. 예보가 정부 예산과 금융권 출연금 등으로 구제기금을 조성한 뒤 송금인에게 착오송금의 80%를 먼저 지급해주고 수취인에게 회수하여 충당하는 더 적극적인 구제책이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이 "개인의 실수를 국가가 보상해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을 제기했고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도 예산 마련에 난색을 표했다.

결국 개정안의 '선 지급 후 회수' 방식을 '선 회수 후 지급'으로 바꾸기로 했다. 피해구제라는 측면에서는 다소 후퇴된 것일 수도 있으나 개인보다는 예보가 적극 나서서 회수에 나서면 회수 속도와 회수율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지난해엔 다른 정쟁에 막혔고 최근엔 총선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로 밀렸다. 결국 착오송금 구제의 공은 21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금융당국은 21대 국회에서 의원입법 형식으로 착오송금구제법 통과를 다시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착오송금 구제법을 21대 국회에서 재추진하기로 했다"면서 "다음달 국회 정무위원회가 구성되면 의원들과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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