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의 승부수? 인수포기 수순밞기냐, 인수협상 우위 선점 포석이냐?
HDC현산 "이번 계약상 기준인 재무제표 신뢰성 또한 의심스러운 상황"
"인수가 불발될 경우 HDC현산에 책임이 없음을 분명히 " 관측
산은, 원점으로 돌리기도 지원을 더 늘리기도 힘든 상황

[FE금융경제신문= 김다운 기자]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것인가? HDC현산이 주채권단인 KDB산업은행에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장고 끝에 나온 HDC현산의 이같은 행동이 인수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시도인가, 인수 포기를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에 엇갈리고 있다.

HDC현산은 9일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유행)으로 항공업계가 전대미문의 위기에 진면한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정상화와 국제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인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과 각각 주식매매계약 및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고, 코로나19 사태로 경쟁당국이 정상적 업무 수행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현지 로펌들로부터 자문을 받아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또 당초 인수자금 조달계획에 따라 유상승자, 회사채 발행과 금융기과 대출을 순차적으로 실행했고, 사내 미래혁신준비단도 충원 및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전략 컨설팅, 인수 후 통합에 필요한 컨설팅 프로젝트 등 다양한 컨설팅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HDC현산은 인수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상황들이 발생됐다며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증가와 재무제표의 신뢰성, 태도 등을 문제삼았다.

10일 뉴시스에 따르면 인수가 불발될 경우 HDC현산에 책임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HDC현산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부채는 모두 4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 1분기말 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반기말 대비 1만6126% 급증했으며, 당기순손실 역시 지난해 순손실과 올해 1분기를 합해 모두 8000억원 이상 늘었다.

아울러 지난 3월 공시된 2019년 감사보고서에서 외부감사인이 아시아나항공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부적정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HDC현산은 "이번 계약상 기준인 재무제표의 신뢰성 또한 의심스러운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4월21일 HDC현산 컨소시엄에 긴급자금 1조7000억원 추가 차입 및 차입금의 영구전환사채 전환, 정관 변경 등을 통보하고는 다음날 사전 동의 없이 이사회를 열어 추가 자금 차입을 승인했다. 같은 달 24일에는 법률적 리스크가 상당한 부실계열사에 대한 총 1400억원 지원도 통보했다

HDC현산은 계약 체결일 이후 발생한 상황들에 대해 4월 이후 두 달간 약 11회에 걸친 공문을 아시아나항공 측에 보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공식적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또 HDC현산의 명시적인 부동의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은 추가자금의 차입 및 부실계열회사에 대한 자금 지원을 결정하고 후속절차를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HDC현산은 이번 인수과정에서 채권단의 역할을 강조했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히면서, "인수상황 재점검, 인수조건 재협의 등 산은 및 계약당사자들 간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통해 인수가 성공적으로 종결될 수 있길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또 "산은의 이번 공문을 통해 직접적인 논의가 가능해진 데 대해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인수 계약에 관한 논의가 계약 당사자들에 국한된 범위를 넘어 국책은행인 산은과의 대승적 차원의 실질적 논의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산은은 지난달 29일 HDC현산에 인수 의사를 밝히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다만 HDC현산은 산은에 구체적인 재협상 조건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업계에서는 HDC현산이 인수 가격을 낮추기 위해 구주 인수 가격을 내리고, 신주 가격이나 수량을 조정하는 방안 등을 채권단에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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