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매 해 기업들이 신년이 되면 사장님, 회장님, 대표님 가리지 않고 으레 하는 말 중에 혁신과 변화라는 말은 빼먹지 않고 등장한다. 타사는 돈을 더 벌기 위해 끊임없이 바뀌고 있는데 내 기업만 그대로 있다는 건 오너 입장에서 참 힘 빠지는 탓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혁신과 변화를 하려고 해도 기업과 직원역량이 낮을 경우 이를 수행할 능력이 되는지 되돌아본다. 이는 막상 시행해도 직원들 희생과 기존시스템을 들어내는 노력을 해야 되기에 정작 일 벌렸다 수습 안 되면 고스란히 수익감소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15년 만년 5위사에 만족하던 메리츠화재에 부임해 온 김용범 부회장은 그동안 손해 보험사들이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인 성과에 따른 엄청난 보상결과를 심은 것이다. 이 과정 속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많은 직원들이 튕겨 나갔지만 시스템은 급변했다.

다만 모난 돌이 정 맞듯이 시장에서 업계에서 언론에선 계속해 증권사 출신 오너가 보험을 잘 모르면서 일 벌린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만년 5위가 무리하게 일 벌렸다 사고라도 치면 어쩌나 하는 마음, 사고치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사고이길 생각하는 마음이 섞이게 된다.

이 때문인지 이 시기 메리츠화재 담당자와 만나면 매번 욕먹는 모습을 자주 봤다. 특히 GA 대한 수수료를 높여놓은 원흉으로 몰려 업계 내 제대로 미운털 박히면서 뭘 하든 욕을 먹었고 지난 2019년엔 과당경쟁을 지양하자는 협의를 맺는 지경까지 오게 됐다.

그러나 이제 메리츠화재는 영리한 기업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손보업계 1위 삼성화재와 장기인보험 경쟁에서 1~2위를 다투면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에 손·생보 가리지 않고 메리츠화재 모델을 따라하겠다는 곳이 늘고 있다.

지난 주 김용범 부회장이 사내 직원들에게 보낸 CEO메시지에는 위 과정에서 타사들은 “혁신 없이 구태의연한 과거 방식에 의존해 혁신에 실패했다”며 “단순히 매출을 올리기 위해 언더라이팅 완화 유혹을 뿌리치고 가치를 모색한 결과 매출을 상승세로 전환했다”고 강조했다.

이 메시지 내용에 업계 관계자들 반응은 엇갈렸지만 확실한 건 김 부회장이 다시 한 번 타 손보사들을 도발했다는 점과 지난 5년 간 자신에게 향했던 욕을 이번에 제대로 ‘반사’라고 외친 셈이니 개인적으로 통쾌한 기분으로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는 점이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아직 김 부회장의 혁신은 끝나면 안 된다는 점이다. 미리 축배 들며 자만감에 빠지는 순간 타 손해보험사에서 ‘무지개 반사’를 외치며 조롱당할 날이 올 수도 있다. 그 때가 돼 지금 한 말이 부메랑이 되지 않게 혁신의 여정은 끝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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