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뛰는 우리은행 만들기' 본격 시동... "변하자, 시대 흐름에 맞추자"
취임 일성 "은행의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전면 점검하고 개선하겠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 ... '복장자율화'의 나비효과 기대. 사고와 행동, 조직문화도 바꾼다.

[FE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은행은 보수적이다.  당연히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 고객의 재산, '돈'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은행은 아주 작은 것 하나도 바꾸기 쉽지 않다. 무엇 하나 변하는 데 오래 걸린다. 그러나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변화하는 세상속에서 "맨날 그대로"라고 욕을 많이 먹는 곳 중 하나가 은행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함께 하지 못하면 세상이 버리고 간다" 라는 말이 있다. 은행장 등 CEO들의 고민도 거기에 있다. 옛것을 지키는 게 '보수'다.  옛것 중에 좋은 부분은 취하는 것 또한 '보수'다.  그래서 보수의 시대적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변해야 산다. 시대적 명제다. 직원들 마인드부터 시스템까지. '확' 바꿔보려다 실패하는 하고 제 자리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고,  아예 변화에 눈과 귀를 닫는 CEO도 있다. 어느 회사든 CEO의 맨탈리티, 리더십이 조직문화를 만든다.

지난 6월 1일부터 우리은행 본점, 영업점 모든 직원의 근무복이 자유로워졌다. '복장 자율화'다. 이번 우리은행의 '복장 자율화'는 특히 일선 영업점 창구 직원들의 유니폼이 사라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옷 하나 제 마음대로 입는 것'이라고 가볍게 여기면 안된다. 시작이 절반이다. 주목할만 하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첫걸음이다. 권 은행장이 취임한지 3개월이 되어간다.

권 은행장이 취임하면서 '은행의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전면 점검하고 개선한다'며 '새로운 우리은행 만들기'에 시동을 걸었다. 취임사 핵심은 고객신뢰 회복 영업문화 혁신 조직 안정이었다. 직원들에게 "창의적이고 근본적인 혁신"을 강조했다. 전 직원의 '복장 자율화'도 근본적인 혁신의 한가지 사례다. 우리은행 모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과거의 해변을 떠나지 못하면 결코 새로운 바다를 볼 수가 없다"

권 은행장은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포스트 코로나로 대변되는 언택트, 디지털화 등 빠르게 변하는 시대 흐름과 세대 변화에 발맞추고, 은행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복장을 자율화하기로 했다"며 "단순히 옷을 자유롭게 입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적인 은행으로 탈바꿈하는 결실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복장 자율화'가 행원급 여직원의 유니폼을 없애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견인차가 될거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기업문화 정착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금융업계 평가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권 은행장이 지난 3월 24일 제 52대 우리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우리은행장 후보 하마평이 언론에 오르내릴 때 3년여 우리은행을 떠나 있던 권 은행장은 '다크호스'였다. 그러나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다양한 해석이 난무했지만 업계는 "권 은행장이 현재의 우리은행을 재도약시킬 최선의 인물"로 평가했다. 63년생, 1988년 상업은행 입행. '폭넓은 인적 네트웤이 강점인 관계형 리더'로 불리운다. 과거 우리금융지주에서 전략, 인사 등 주요 업무를 두루 수행한 경험과 해외점포와 홍보파트 등 주요 부서를 섭렵한 다영한 경력이 우리은행을 재도약으로 이끌 수 있을 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권 은행장의 취임 첫 업무는 코로나19 관련 대고객 지원 현황 점검이었다. 취임식도 생략했다. 첫 지시가 "은행은 실적이나 핵심성과지표(KPI)보다는 당장 생업에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 고객들이 조금이라도 어려움을 덜 수 있도록 신속하게 지원책을 마련하라"는 것이었다. 코로나19 지원을 위해 KPI를 수정한 곳은 우리은행이 처음이다.

권 은행장은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정도(正道)영업과 고객 중심의 영업문화를 확립하겠다"며 "조직 안정을 통해 직원들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해 낮은 자세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겠다"고 천명했다. 정확한 진단이고 알맞는 처방이다. 그동안 우리은행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런 저런 사건,사고는 고객의 신뢰에 금이 가게 만들었고,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아울러 DLF 사태 등에 대해서는 "냉철한 반성과 함께 은행의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철저히 제로베이스에서 점검하고 개선해 어떤 경우에도 항상 고객을 최우선시 하는 근본적인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권 은행장의 임기는 우선 1년이다. 1년 후 평가에 따라 재신임을 묻는다. 결코 많은 시간이 아니다. 이같은 권 은행장이 취임하면서 밝힌 세 가지 경영방침 중 '고객신뢰 회복'을 맨 앞에 내세웠다. 직원들의 자존감을 높이겠다는 다짐이에 다름 아니다. 과거 모 은행장의 지론, "직원이 만족해야 고객만족도 가능하다"는 의미를 떠올린다. 권 은행장은 대규모 원금 손실을 빚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DLF) 사태 및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으로 추락한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임기 1년 내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임을 명확히 했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대한 냉철한 반성과 함께 은행의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제로 베이스에서 점검하고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조직 안정을 통한 직원들의 자존감 회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직원이 자존감을 갖고 자신감 있게 고객 앞에 설 수 있어야 고객도 은행을 믿을 수 있다. 권 은행장은 "조직이 불안정하면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사고가 계속 터진다"며 "직원이 고객 마음을 사야 하듯,  직원의 자존감 회복을 위해 나부터 직원들 속에 들어가 솔선수범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독일 철학자 헤겔의 '대 논리학'에 나오는 말이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행동이 변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권 은행장의 '전 직원 복장 자율화' 지시를 필자가 의미있게 보는 까닭이다. '복장 자율화의 나비효과'다. 자유롭게 옷을 입고 근무하는 것이 결국 개인의 사고와 행동을 바꾸고 조직 분위기, 문화를 바꾸고, 고객응대.신뢰를 담보하는 것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사족 하나. 우리은행은 복장 자율화 시행 6개월 후쯤 설문조사 등을 통해 이전과 이후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평가를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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