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협상을 서면으로 진행하자" 요청에 정면 반박
"무슨 편지로 이야기를 하냐"... HDC현산에 대면협의 촉구
"쌍용차는 기안기금 지원 대상 아냐"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사진=뉴시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사진=뉴시스)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지금 60년대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편지를 합니까", "산은이 돈만 넣으면 기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

최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HDC현대산업개발, 쌍용차 등 산업은행 현안과 관련된 기업들에게 작심한 듯이 날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내가 어딧는지 알고 있으니 언제든 와라" ... HDC현산에 대면협의 촉구

이 회장은 지난 17일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서면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을 재협상하자는 HDC현산에게 "지금 60년대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편지로 이야기를 하냐"며 "편지를 하면 아름다운 장면이 나올 수 있지만 상호신뢰를 전제로 진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이니 협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비롯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이 동석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을 맺은 현산은 코로나19로 항공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채권단인 산은 등에 인수조건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고 협상을 서면으로 진행하자고 요청한 상태다.

이날 산은은 현산에 아시아나 인수 의지의 진정성을 보여달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현재 산은은 현산으로 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조건을 재협의 하자는 공문을 받은 뒤 다시 자신들의 질의사항을 담은 공문을 회신했다. 산은은 현산 측의 답변을 받으면 그들의 정확한 속내를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현산 측에서 서면 협상을 요청했고, 우리는 진정성을 갖고 대면 협상을 하자고 했다"며 "아직까지 현산 측에서 회신 받은 게 없고, 최고 경영자이든 임원이든 면담에 응하겠다고 하면 언제든지 응하고 협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산은은 현산 측이 제기한 아시아나 인수 관련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부분도 반박에 나섰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부채가 단기간 4조5000억원 증가한 것에 대해 리스부채 및 정비충당부채 관련 회계기준 변경이 주요 원인으로 금액이 다소 과대산정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대비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 부채가 2조8000억원 증가했으나, 이는 현금흐름과는 무관한 장부상 부채 증가와 업황 부진에 따른 차입금 증가(4000억원)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또 지난 4월 채권단의 1조7000억원 지원 승인 과정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현산은 자신들의 동의 없이 아시아나 항공 이사회에서 차입이 승인된 점에 불만을 표명한 상태다. 

이에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에서 사전에 (현산 측에) 충분히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번 지원은 채권단의 필수조치임에도 현산 측이 부동의하여 동의 없이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현산은 내가 어딨는지 알고 있으니 언제든지 찾아오면 된다"면서 "아직 (HDC현대산업개발을) 신뢰하고 있다"고 현산 측에 대면 협의를 촉구했다.

◆ 쌍용차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문제 ... "기안기금 대상 아냐"

이 회장은 쌍용차와 관련해서는 책임 있는 노력을 다하는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지원을 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生卽死 死卽生·생즉사 사즉생)'를 언급하면서 쌍용차 노사를 압박했다.

이 회장은 "쌍용차는 살려고만 하고 내려놓지 않고 있다"면서 "노사는 생존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고 솔직해져야 한다"고 작심 비판했다. 또 "돈이 기업을 살리는 것이 아니다"면서 마치 산은이 돈만 넣으면 기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덧붙였다.

쌍용차는 정부에 2000억원 규모의 기안기금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또 쌍용차의 대주주인 마힌드라는 쌍용차의 경영권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상태다.

마힌드라는 지난 12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쌍용차의 경영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가 필요하다"면서 "투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 회사와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 안팎에서는 산은이 대주주의 고통 분담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실업 대란'과 국가 산업 전체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로 쌍용차에 대한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지만 이 회장은 쌍용차 지원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놓으면 지원에 단서를 달았다.

이 회장은 "대한항공처럼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쌍용자동차가 요청했는데 기안기금은 코로나19 이전에 자금 문제가 있어왔던 기업에 쓰는 용도가 아니다"며 "노사가 의지를 내서 머리를 맞대야 도와줄 수 있다"고 사실상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내달았다.

최대현 부행장도 "(기안기금은)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가 아닌 성격이 다른 부분은 지원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사실상 쌍용차는 기안기금 지원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한 셈이다.

그러면서 최 부행장은 "쌍용차를 지원하려면 책임있는 주체의 책임있는 노력이 진행돼야 하고, 회사의 지속가능성이 확인돼야 한다"며 "두 가지 전제가 충족되면 정부와 협의를 거쳐 지원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투자와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사의 고통분담 등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산은은 쌍용차에 대한 차입금을 만기가 되더라도 회수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쌍용차는 당장 다음 달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900억 원에 대해 산은이 연장을 해줘야 부도 위기를 넘길 수 있다.

최 부행장은 "산업은행도 쌍용차 차입금 900억원의 상환 만기 연장을 위해 타 기관과 협의 중"이라며 "추가 투자는 고민하겠지만 기존에 나간 자금을 회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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