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김상조 전 공정위원장 시절 9개월 동안 무려 7차례 현장조사 받았던 전력 새삼 '주목'
공정위, 아들 김준영 씨에게 계열사 '올품' 지분을 물려주는 과정 의혹 조사중
일감 몰아주기, 편법 증여 등 부당행위 의혹... 곧 결과 나온다.
2014년 나폴레옹 이각모자 거액에 구입 " 불굴의 도전정신 존경"... '기업가 정신' 항상 강조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시절 " 하림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강화 필요성 느꼈다"

[FE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기업의 저승사자'라고까지 불리우는 공정거래위의 눈길과 조사는 어느 기업이든 피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김흥국 회장이 이끄는 하림그룹은 과거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9개월 동안 무려 7차례 현장조사를 받았던 전력이 있다. 대기업군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 가운데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한 조사만 세 번이다.  지금도 비슷한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왜 그럴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라는 의혹의 시각이 당연하다. 시쳇말로 공정위와 하림그룹과 김흥국 회장과 전생에 무슨 악연이 있는 게 아니라면.....

꽤 오래된 일이다. 평소 나폴레옹을 존경하다는 김 회장은 2014년 11월 16일 프랑스 파리 근교 퐁텐블로 오세나 경매소에서 188만 4천 유로(25억 8400만원)에 나폴레옹이 전투에서 썼던 모자를 구매했다.  당초 예상가(50만 유로)의 4배 가까운 금액으로 모자 경매 사상 최고가다. 당시 업계와 언론에 화제가 됐다. 김 회장은 "평소 나폴레옹 1세의 '불가능은 없다'는 도전정신을 높이 사왔다"며 "기업가 정신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의미에서 나폴레옹 모자를 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 모자를 개인적으로 소장하기보다 사람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장소에 전시해 나폴레옹의 도전과 개척 정신을 공유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폴레옹의 이각모자는 현재 경기도 판교 NS홈쇼핑 별관의 '나폴레옹 갤러리'에 비치돼 있다.

'나폴레옹의 도전정신'을 높이 사왔고 그만큼 기업가 정신을 강조해온 김 회장의 하림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결과를 앞두고 있다.  김 회장이 아들 김준영 씨에게 계열사 '올품' 지분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편법 증여 등 부당행위 의혹에 대한 조사다.  심사결과는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공정위의 조사결과에 김 회장과 하림그룹은 초긴장 상태로 전해진다. 공정위가 조사하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김 회장의 경영철학인 '기업가 정신'과 자식에게 일감 몰아주기, 편법 증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니, 김 회장의 행태는 '기업가 정신'에 대한 모독이고 배신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하림그룹은 자산규모 10조원을 넘기며 2017년 공정위가 지정하는 상호 출자 제한 기업 집단(대기업 집단)에 지정됐다. 닭고기 등 육류 유통업체 등 8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그룹 총매출액만 7조 3503억원에 달한다.

하림그룹은 김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가 지분 100%를 소유한 '올품'이 나머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지배구조다. 그런데 김 회장이 2012년 김준영씨에게 '올품' 지분을 넘겨주는 과정에서 지급한 증여세는 100억원에 불과했다. 김준영씨는 100억원으로 연매출 7조 3천억원에 달하는 하림그룹 전체를 지배한다. 이같은 과정에 대한 의혹이 공정위가 하림그룹을 조사하게 된 배경이다. 여기에 '올품'의 매출은 2011년 개별기준 707억원에서 지난해 2971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그룹 차원의 일감몰아주기 행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김 회장의 계열사 이사직 과다겸직 논란도 비판의 도마위에 오르는 단골문제다. 주총 때마다 계열사 사내이사 연임을 앞두고 논란이 벌어진다. 12곳이나 되는 계열사에서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부분 재벌그룹, 대기업 총수들이 책임은 회피하고 권한만 누리기 위해 줄줄이 사내이사직을 버리고 미등기이사로 남는 추세속에서 김 회장의 문어발식 사내이사직 유지는 별나게 보인다는 게 재계 평이다.

김 회장은 하림지주, 선진, NS쇼핑, 제일사료, 팬오션, 팜스코 등에 등기이사다. 그런데 각 계열사 이사회 출석률은 형편없다. 일년에 한번도 참석하지 않은 계열사 이사회도 있다. 오죽하면 국민연금은 2014년과 2017년에 김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과다겸직이 이사로서 충실의무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올품'을 통해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했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올품은 김 회장이 대표이사 또는 이사로 재직 중인 제일사료, 팜스코, 하림, 선진 등과 일감몰아주기 거래를 해 부를 증식하기도 했다"면서 "이렇게 사익편취를 통해 키워온 '올품'의 주식 전부를 아들인 김준영에게 증여해 승계에 활용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같은 연장선에서 공정위는 김 회장이 6년 전 아들 김준영씨에게 비상장 계열사 '올품'의 지분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편법증여 여부와 일감 몰아주기 행위 등이 있었는지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이다. '올품'은 하림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다. 이 때문에 자산규모 10조 원인 하림그룹의 지배권을 물려주면서 100억 원만 냈다는 비판에 불이 붙었다. 김 회장과 하림그룹의 치명적 아킬레스건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정책위의장 시절인 2017년 6월 "25살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준 하림이 새로운 논란에 휩싸이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강화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하림그룹을 겨냥해  비판의 날을 세운 것이 새삼 주목되는 까닭이다. 또 사료공급, 양돈, 식육유통 등을 아우르는 하림그룹의 수직계열 구조가 시장의 경쟁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았는지도 공정위의 관심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가 지주사 체제 밖에서 지배하는 계열사에 대해 사익 편취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올품'은 공정위가 대표적으로 꼽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 계열사 중 하나다.

나폴레옹의 모자를 예상가를 뛰어넘은 경매가격으로 구입했던 김 회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하림그룹과 김 회장의 '기업가 정신'은 과연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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