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얼마 전 오랜만에 대학 후배의 연락을 받았다. 잠깐의 반가운 마음도 잠시, 후배의 기습적인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머리가 멍해졌다.

최근 정기예금을 해지하고 주식투자를 해보려고 증권계좌도 만들고 스마트폰에 HTS도 깔았는데 종목을 추천해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그 대학 후배는 대학을 다닐 때에도 졸업 후 취업을 하고 나서도 절대 주식을 하지 않겠다고 습관처럼 이야기했었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주식 투자에 실패해 집안이 어려워졌던 적이 있었는 데 리스크한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저축이 인생의 시드머니(seed money)를 모으는데 유리하다는 것이 그의 과거 생각이었다.

왜 갑자기 주식투자를 하려고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의 답은 제로금리 시대에 은행에 예금해봤자 이자는 없다시피하고 유동성은 계속이 풀리면서 돈의 가치는 하락하고 자산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모 경제 유튜버를 통해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은 대출 규제로 진입하기 이렵고 우선 국내 주식부터 보유하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의 생각의 변화를 전체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그를 통해 대한민국이 제로금리 시대에 들어섰다는 것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예금을 줄이고 대출을 늘려서라도 자산에 투자하려는 경향은 기자의 대학 후배만의 생각은 아닌듯 하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17일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639조8238억원으로 5월 말(643조7699억원) 대비 3조9461억원 급감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6월 한달 동안에만 정기예금 규모는 8조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정기에금 잔액은 3월은 652조3277억원, 4월은 649조6198억원이었다.

예금은 감소하는데 신용대출은 증가폭이 가파르다. 1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16조5544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8685억원 늘었다. 약 보름 만에 전달 월간 증가액(1조689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신용대출은 올 3월 한 달 만에 2조2409억원 늘며 역대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는데 이번달에는 3월의 증가폭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모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하 이후 오히려 고액 자산가들은 코로나19로 실물시장이 불확실해서 정기예금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하는데 고액자산가라면 이미 부동산, 주식, 채권 등 자산 포트폴리오가 다양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마땅한 보유자산이 없는 샐러리맨의 상황과 괴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맞은 기준금리 0.5% 시대. 돈의 가치가 떨어지다 보니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고 이렇게 풀린 뭉칫돈이 부동산, 주식 등 자산에 몰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식시장이 널뛰기하고 부동산시장도 들썩인다.

일각에서는 버블을 우려하지만 버블논란은 언제나 있었다. 아직 버블을 걱정할 단계도 아니지만 버블은 생각보다 오래간다. 또 만약 버블일지라도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버블은 터지는 순간만 피하면 된다. 

민좌홍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지난 24일 기자설명회에서 유동성 확대로 인한 버블우려에 대한 질문에 "국내 경기 향방 불확실성이 커서 (공급한 유동성이) 소비·투자로 충분히 파급되지 않고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 시점에서 버블이다, 아니다 판단하긴 이르고 향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한국은행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한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1개월 연장해 7월도 운영하기로 했다.

후배의 질문에 기자의 대답은 "무엇이든 현금만 피하는 게 좋겠다", "지금은 화폐를 들고 있는 사람이 바보되기 십상이다", "절대 알뜰살뜰 저축하라는 이야기는 못하겠다", "나도 박근혜정부 경제부총리가 빚내서 집사라고 할 때 살껄 지금 후회하고 있다"였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모든 투자는 본인의 책임으로, 사람보다는 시장을 믿고, 자신의 판단하에 한다는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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