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은회장-정몽규 현산 회장 만났다... "아시아나항공 향배 놓고 1차 수읽기"
이동걸 산은회장-정몽규 현산 회장 만났다... "아시아나항공 향배 놓고 1차 수읽기"
  • 최원석 기자
  • 승인 2020.06.29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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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밤에 1시간 가량 배석자 없이 회동... "서로 의중 타진 수준" 관측
현산이 인수 조건에 대해 원점 재검토 요구, 산업은행은 플랜B가 있을까?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격 재조정 여부가 핵심"

[FE금융경제신문= 최원석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만났다. 현산측이 언론을 통한 일방적 발표만 하는 것이 대해 이 회장이 "편지만 쓰면 뭐하냐? 요구사항을 들고 테이블에 나와서 얘기하라"고 밝혔던 바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지난 25일 밤에 1시간 가량 배석자 없이 회동을 가졌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두 분만 만나셨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측 당사자 두 수장의 회동 결과가 재협상의 향배를 결정지을 전망이다. 현대산업개발이 당초 계획했던 상반기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지만, 양 측이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투자증권 최고운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 채권단의 재협상이 이번달 내에 극적으로 타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양 측의 입장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을 서로 알고 있지만, 어느 한 쪽이 먼저 협상을 깨버리면 책임이 그 주체에게 몰린다. 그렇다보니 서로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산업은행이 나름의 플랜B를 갖고 있는 것 같다. 현대산업개발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산업은행이 항공시장을 바꾸기 위한 구상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산이 인수 조건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요구한 만큼 재협상 테이블에서 이와 관련한 구체적 사항이 논의될 전망이다. 양 측은 차입금 만기 연장, 영구채 5000억원 출자전환 등 다양한 조건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 박세라 연구원은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입장을 밝히면서 요구사항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산 측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격 재조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아시아나항공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재협상 쟁점이 아시아나 인수가격 조정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양 측이 한 발씩 물러나야 성공적으로 재협상이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현산의 재협상 요구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도 유력하게 제기됐다.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아시아나의 재무상황이 크게 악화된 만큼 현산 입장에서는 인수하는 거 자체가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산이 복잡미묘한 문제때문에 질질 끄는 상황이 됐다. 정부를 상대로 해서 협상을 엎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현산이 인수포기 수순을 밟게 되면 변심한 것으로 보여질 수도 있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최초의 결정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고 말했다.

또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정부 지원이 대한항공에 비해 많이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아시아나도 자본 조달 측면에서 정부가 도움을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현산 입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오히려 역차별당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말 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매계약을 맺었고, 계약서상 예정된 딜클로징(인수계약완료)은 27일이다. 두 수장이 만난 만큼 계약종결 시점을 올해 말까지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법정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한화그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다. 9년 간의 법정 소송 끝에 산업은행으로부터 이행보증금 3150억원 중 절반 이상(1951억원)을 돌려받은 바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통상의 인수·합병(M&A) 절차에서 소송까지 가는 건 매우 극단적인 일"이라며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가정해서 계약서에 다 넣고 소송으로 가지 않는다. 계약 이행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사후적으로 취소하거나 해지하는 조항을 잘 안 넣는다. M&A 재판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재판이 길어지면 피인수 회사는 망한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산 입장에서는 코로나를 면피 사유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정부에서 기업들의 고용유지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눈치가 보일 것 같다"며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면 아시아나는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아시아나를 선뜻 인수할 또다른 기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는 전례없는 충격이고, 항공산업은 불황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원석 기자  cos0214@f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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