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한 성품, 직원들과의 소통채널인 '타운홀미팅' 대화 즐기는 열린 CEO
역대 처음 KB금융 회장 연임... 조직체계 안정 바탕으로 내실 '튼튼'
푸르덴셜 품고 2018년 신한금융에 빼앗겼던 리딩금융 재탈환 '목전'
KB금융 지배구조 이미 개선...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재연임에 큰 영향 없어

[FE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 4월부터 '유튜브 생중계'를 활용한 'e 타운홀미팅'을 통해 KB금융그룹의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KB증권, KB손보, KB카드, KB생명, KB저축은행 등 각 금융계열사 일반 직원들과 화상통화로 대화를 나누었다.

KB금융그룹 최고 CEO와 각 금융계열사 직원들과의 소통채널인 '타운홀미팅'은 올해로 3년째다. '코로나19' 로 인해 사회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마음의 손을 잡는 것이 더욱 소중해진 언택트 시대에 맞춘,  새로운 공감 소통 방식이다. 윤 회장은 이같은 소통을 즐겨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CEO와 금융그룹 각 금융계열사 직원들이 다양한 현안과 관련해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KB금융그룹만의 대표적인 소통 시스템이다. "CEO의 맨탈리티가 기업문화를 만든다"고 한다. 윤 회장의 스타일 때문일까? KB국민은행을 비롯한 KB금융 계열금융사들 기업문화는 타 금융사들에 비해 개방적이고 창의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윤 회장은 고졸 은행원으로 시작해 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유명하다. '상고출신 천재'라는 별명도 있다. 상업고교를 나와 행원으로 외환은행에 입행해 뱅커로서 첫 걸음을 시작했다. 그후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를 역임한 후 KB국민은행에 영입돼 재무전략본부 본부장과 부행장을 지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다 KB금융지주 부사장을 맡았다. 2014년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으로 선임된 뒤 역대 KB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소탈하고 온화한 성품이면서 업무처리에는 꼼꼼하다. 추진력도 대단하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아랫사람을 잘 챙기는 성품으로 알려졌다.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시절 KB국민은행장 선출을 위해 시행한 직원 설문조사에서 최상위권 후보에 들어가기도 했다.

지금 새삼 윤 회장을 떠올리는 까닭은 윤 회장이 재연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그룹을 내실있게 잘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는 윤 회장의 임기만료는 올 11월이다. 5개월 남았다. 윤 회장의 거취는 금융권 최대 관심사다.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의 재연임에 큰 문제는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KB금융그룹의 각종 실적 지표 등 경영 전반에서 보여준 능력이 말해준다. 

KB금융은 회장추천후보자 명단을 작성해 8월까지 롱리스트 선정 작업을 끝낼 예정이다. 9월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숏리스트를 확정한 뒤 평가·면접 등 심사를 거쳐 윤 회장 임기가 끝나는 11월 20일 전까지 차기 회장을 결정하는 일정이다.

윤 회장에 대한 KB금융 내외부 평은 좋다. 지난 2014년 이른바 'KB사태' 직후 대표와 은행장을 겸직하며 내부 갈등을 봉합했고 알차게 이끌어 왔다. 2017년 KB금융 회장 최초로 연임하며 조직 체계를 안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5년 LIG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 올해 푸르덴셜생명 등 굵직한 M&A에 승부수를 던지면서 KB금융그룹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그 결과 2017년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리며 리딩뱅크 자리에 올라섰다. 이듬해부터 신한금융에 밀렸지만 재탈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경영실적으로 인정받는다.

여기에 회장 선임 키를 쥐고 있는 회추위가 윤 회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도 연임에 힘을 싣는다. KB금융 사외이사 7명은 그간 윤 회장의 경영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이번에 열릴 회추위가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되면서 차기 회장 선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유력한 경쟁자도 없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이 KB금융 등 금융지주사 회장의 연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한다. 금융당국이 개정안을 통해 법적으로 금융지주 회장 셀프연임을 차단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지주사들은 이미 회장의 연임에 회장 본인의 영향이 없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했다.

그러나 금감원의 내심을 알 수 없다는 게 부담이다. 금감원은 이전부터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에 민감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2017년 윤 회장의 연임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금감원은 당시 윤 회장의 연임을 셀프연임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언론과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지나치게 간섭한다며 '관치금융'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도 '관치금융'을 법제화한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개정안이 민간 금융사의 회장직 선출 등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측면이 있어 적절하지 못하다며 법안 통과가 무산된 바 있다. 당시 금융계에서는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에서 벗어난 금융당국의 경영 개입은 금융사의 자율적 경영을 헤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금융계에선 CEO 임기와 연임 등은 금융당국이 아니라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권한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연임 등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게 되면 이사회의 독립성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금융지주의 임원 선출은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업계는 KB금융이 이미 금융당국의 지적을 수용해 지배구조를 개선했기 때문에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이 회장 선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 금융지주사들의 '리딩금융그룹'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선두를 차지한 신한금융과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리딩금융 탈환에 나선 KB금융지주가 본격적으로 맞붙었다. 두 금융그룹 간 실적 격차는 간발의 차이다. 푸르덴셜을 품은 KB금융이 지난 2018년 신한금융에 빼앗겼던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KB금융號 항해를 지휘하는 윤 회장의 '소통 리더십'에 주목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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