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전액 환불 결정
100% 배상은 금감원 설립 이후 최초
금융사와 자율 조정에 따라 최대 1611억원 투자원금 반환 기대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 5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 7월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1년간 운용할 수 있는 안전한 상품을 은행직원에게 요청했다. 은행직원은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안전하다고 강조하며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투자를 권유했고 다음날 A씨는 은행직원에게 라임에 대한 검찰수사를 우려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은행직원은 "운용사와 수탁사가 분리되어 있어 펀드자산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답했다. 내용을 회신받은 A씨는 결국 해당 펀드에 가입했다. 그러나, A씨가 펀드 가입 당시,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이미 투자원금의 98%가 부실화된 상황이였고 은행직원은 라임이 허위·부실 기재한 투자제안서를 A씨에게 그대로 설명·교부했다. 또 투자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기재해 A씨가 2억원을 부실펀드에 가입하도록 유도했다.

대규모 환매 중단사태를 일으킨 라임 사모펀드와 관련, 금융감독원의 첫 번째 분쟁조정 결과가 나왔다. A씨와 같이 2018년 11월 이후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가입한 투자자에 대해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결정을 내린 것인데 금감원이 금융소비자에 전액 배상 결정은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30일 비공개로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대규모 환매 연기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1호) 가운데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판매사가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100% 배상이 결정된 것은 금감원 분쟁조정 중 최초 사례로 지난해 금감원 주요 분쟁조정 배상비율은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가입자에 최대 80%,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피해기업에 최대 41%였다.

분조위는 계약체결 시점에 이미 투자원금의 최대 98%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운용사는 투자제안서에 수익률 및 투자위험 등 핵심정보를 허위·부실 기재하고, 판매사는 투자제안서 내용을 그대로 설명함으로써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고 판단하고 민법 제 109조에 의거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

또 이번 결정에는 일부 판매직원은 투자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기재하거나 손실보전각서를 작성하는 등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의 기회를 원천 차단한 것이 인정됐다.

금감원 분조위의 이번 분쟁조정 결과에 따라 판매 금융사와 원만한 자율조정이 진행될 경우 최대 1611억원의 투자원금이 투자자들에게 반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모펀드별로 투자대상, 부실의 발생시점, 원인 및 정도 등이 달라 개별 사안으로 구분해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라임운용이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모펀드는 ▲플루토 TF-1호 ▲크레딧 인슈어드(Credit Insured) 1호 ▲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 등 4개로 총 1조6679억원 규모다.

이번 분쟁조정은 환매중단된 4개 모펀드 가운데 '플루토TF-1호'를 모펀드로 두고 있는 라임 무역금융펀드로 2018년 11월 이후 판매분이 대상이다. 2018년 11월 이전 판매분은 회계법인의 실사가 완료되지 않아 손실이 미확정 상태로, 이번 분조위 안건에 오르지 못했다.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무역금융펀드 금액을 판매사별로 보면 우리은행 650억원,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 신영증권 81억원 등 총 1611억원이다. 

이번 분조위 결정은 4건의 분쟁조정에 대한 결정이지만 부실이 명백해진 2018년 11월 이후에 가입한 나머지 투자자도 분조위 결정에 따라 자율조정 방식으로 최대 전액에 달하는 투자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분조위는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를 대상으로 금융사와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투자금 반환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2018년 11월 이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 가입자에 대한 결론은 현재로써는 미지수다. 금감원은 관계자는 2018년 11월 이전 가입자는 전액 배상 받기 어렵냐는 질문에  "아직 손해가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자산 실사 결과가 나오고 로디움(라임 측이 펀드수익증권을 매각한 싱가포르 소재 회사)의 자금 환급이 어느 정도 이뤄진 다음에 (분쟁 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한편, 금융사들이 금감원 분조위의 분쟁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말 금감원 분조위가 외환파생상품 키코의 피해 기업에 최대 41%의 피해를 배상하라는 권고를 내렸지만 우리은행을 제외한 신한·하나·산업·씨티·대구은행 등 나머지 은행들은 분조위의 배상권고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 이사회에 상정되면 치열한 논쟁이 있을 것 이라고는 예상한다"면서 "대형 금융사로서 합리적이고 전문적인 법리 판단을 거친 권고안이라면 충분히 수용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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