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조양래 회장 보유 지분 전량 갑작스런 인수... “왜 서둘렀나” 의문?
차남 조 사장 배임 횡령·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선고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을 저지른 경영진은 특정기간 취업 제한"
조 사장 당분간 경영 복귀 어려워... 차남의 지분 독식에 향후 ‘형제의 난’ 관측도

[FE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양래 회장이 지주사 지분 전량을 차남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사장에게 모두 넘겼다. 이로써 후계 구도를 둘러싼 갖가지 설을 잠재웠다는 평이다. 그러나 "조 사장이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급하게 지분 전량을 넘겼고, 2남 2녀 자식 중 차남에게만 경영권 지분을 몰아줬다는 점에서 향후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조현범 사장은 납품업체로부터 6억 1500만 원을 챙기고, 계열사 자금 2억 6000만 원을 빼돌린 배임 횡령· 혐의로 지난해 말 기소돼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6월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현재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5억 원 이상 횡령· 배임 등을 저지른 경영진은 특정기간 취업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조현범 사장이 당분간 경영 복귀는 어렵다. 자칫 그룹 내 입지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형 조현식 부회장도 친누나가 미국법인에 근무하는 것처럼 꾸며 1억여 원을 지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혐의 면에선 동생 조 사장보다 부담이 덜하다.

결국 "장남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중 차남이 지분을 승계했다.  더욱이 2심 재판을 앞둔 와중에 이뤄졌다는 건 부친 조 회장이 많이 급했다는 뜻이라는 관측과 이번 지분 매입에는 조 회장보다 조 사장의 의지가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차남인 조 사장의 향후 입지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모 경제전문가는 "부친 조 회장의 분명한 승계 의지가 있었다면 계열사 분리 등 함께 정리했을 텐데 서둘러 차남 조 사장이 장외 매수로 지분 균형을 깬 모습은 가족 간 합의 없이 조 사장 의지로 가져왔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라고 말했다.

당초 장남 조현식 부회장과 차남 조현범 사장의 지분 차이는 미미했다.  조 부회장은 지주사 대표이사·부회장으로서 그룹 신사업을, 조 사장은 지주사 최고운영책임자(COO)이자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타이어에 집중하는 '형제경영 체제'로 이어왔다. 부친 조 회장의 지주사 지분을 누가 물려 받느냐에 따리 승계구도가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조 사장은 지난 6월 26일 부친 조양래 회장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 전량을 매입,  지분을 19.31%에서 42.9%로 늘리며 단숨에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로써 지분률은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이 19.32%,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0.83%, 차녀 조희원 씨는 10.82% 구도다.

지난 6월 23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그동안 공동대표직을 수행하던 이수일 대표가 단독 대표이사를 맡는다고 공시했다. 조 사장은 취임한 지 2년여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회사 측은 사임 이유에 대해 '일신상의 이유'라고 공시했지만, 업계에서는 조 전 대표가 현재 진행 중인 2심 재판 준비를 위해 사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사장의 혐의에 대해 업계에서는 '대기업 대표로서 파렴치한 범죄'라고 말한다. 검찰에 따르면 "대기업 임원으로서 을(乙)의 위치에 있는 협력업체에 납품 대가로 뒷돈을 요구했고, 개인적으로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임직원들을 불법으로 내몰았다"고 질타했다. 또 검찰은 조 사장이 불법자금을 수수하며 지인의 매형이나 고급주점 여종업원의 부친 등의 명의로 개설된 차명계좌를 이용한 것에 대해서는 범죄수익은닉법. 금융실명제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또 검찰은 조 사장이 비자금 조성이 곤란하다고 보고한 계열사 대표를 교체하는가 하면,  차명계좌로 받은 돈 대부분을 유흥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쓴 것으로 파악했다.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는 것이다. 조 사장은 구속 상태로 수사· 재판을 받아오다 지난달 23일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져 석방됐다. 오는 17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조양래 회장은 왜 지주사 지분 전량을 갑작스레 장남이 아닌 차남에게 넘겨줬을까. 과연 부친 조 회장의 자발적 의지였을까. 이로써 한국타이어 조 씨 집안 경영권 교통정리는 끝난 것일까. 그 내막은 집안 내부에서만 알 수 있겠지만 차남이 지분을 독식했다는 점은 향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남겼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지분 승계로 조 사장과 형 조 부회장과의 지분 차이가 너무 커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잠재적 리스크를 안고 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향후 그룹 개편 가능성도 거론한다. 조 사장은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사실을 인정한 배임· 횡령 혐의 자체가 본인 행보에 심각한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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