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그룹 입사 후 핵심 경영 부서, 조직 책임지고 이끌어 본 경험 없다" 우려
"경영자가 목표 세우고 부족한 부분 채우기 위해 노력"... 취임사에서 반박
삼양, 농심, 차병원그룹 등 화려한 혼맥도 주목... 멀리는 범LG.삼성家와도 연결
그룹에서 금융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90% 절대적... 향후 경영변화 행보 주목

[FE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부친 김준기 회장의 그룹 경영권을 승계해 50년만에 DB그룹 '2세 시대'를 이끌 김남호 회장을 재계와 경제계는 주목한다. 특히 여타 재벌그룹 2.3세 경영승계 과정과는 여러모로 특이한 점이 많아 관심을 끈다.

김 회장은 1975년생으로 올해 46세다. 젊다. 국내 명문고와 미국유학을 마치고 글로벌컨설팅회사와  MBA과정 등을 거쳐 부친 김준기 회장의 DB그룹에 30대 중반 뒤늦게 합류를 했다. 김 회장의 경영 수업과 승계 과정은 다른 재벌그룹 후계자 승계과정에 비해 특이한 점이 많다. 대부분 재벌그룹은 후계자를 입사시켜 기획,재무 등 중요한 핵심부서에 배치해 경영권 수업을 밟게 한다. 그렇게 몇 년 실무경험을 거친 후 계열사 한 곳의 대표를 맡겨 책임경영를 경험하게 한 후 그룹 경영을 승계하는 과정을 밟는 게 통상적인 사례다.

그러나 김 회장은 2009년 1월 동부제철에 입사해 아산만관리팀에서 근무했다. 이후 인사팀 부장을 맡았다. 2013년에는 동부팜한농(현 팜판농)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2015년 4월부터 동부금융연구소(현 DB금융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2017년 상무, 2018년 1월 부사장을 지냈다.

30대 중반에 그룹 한 회사에 입사해 11년 만에 초고속 회장 취임한 셈이다. 일각의 지적처럼 2009년  동부그룹에 입사한 후 장기간 핵심 경영 현안과 관계없는 업무만을 경험했고 부서나 조직을 오롯이 책임지고 이끌어 본 경험도 거의 없다. DB금융연구소 재직 시절에도 김 회장은 대부분 기간을 팀원으로 근무하다가 최근에서야 보험·금융 혁신 TF를 이끌던 중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게 됐다. 부친 김준기 회장의 일선 후퇴와 3년간의 그룹을 이끌던 이근영 회장의 고령으로 인한 사퇴 등 불가피한 상황이 그룹승계를 앞당겼다.

그런 시각을 의식했을까?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저는 기업인 가문에서 태어나 오래전부터 경영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며 "다양한 경영현장에서 많은 배움과 경험을 얻어왔다"고 말해 일각에서 보는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를 반박했다.

그리고 취임 10일만에 2세 경영 첫 인사를 단행했다. 사장 4명을 부회장으로, 부사장 2명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시켰다. 김 회장의 부족한 경험을 보완하고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겠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부회장으로 승진한 구교형 DB그룹 경영기획본부장, 이성택 DB금융연구소장,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가 그들이다. 이성택 부회장은 이번 승진으로 DB생명 부회장도 겸직하게 됐다. 다만 DB생명 대표이사는 기존 이태운 사장이 유지한다.

특히 김 회장의 회장 취임으로 DB그룹과 재계와의 '혼맥도'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종횡으로 엮어진 재벌그룹들의 혼맥이 향후 경영에도 어떤 측면에서는 영향을 미치고 DB그룹의 사업에도 직간접 연결될 수 있다는 게 재계 통설이다. 재계의 혼맥도에 정통한 모 매체에 따르면 김 회장의 외가는 삼양그룹이고,  처가는 차병원그룹이다. 김 회장의 어머니인 김정희 여사가 삼양사그룹과 인척관계다. 현재 김윤 삼양그룹 회장과 김량 삼양사 부회장은 김남호 회장의 어머니와 사촌관계다. 결국 김 회장은 김윤 회장의 외가 쪽 5촌 조카가 되는 것이다. 김 회장의 처가는 차병원그룹이다. 부인 차원영씨의 부친은 차광렬 차그룹 글로벌종합연구소장 장녀다. 김 회장의 고모인 김희선씨의 남편이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차남인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이다.

이 외에도 차병원그룹 오너 3세인 차원태 美차병원 상무가 범LG家인 아워홈의 차녀와 결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범 LG家와도 사돈으로 연결되고 신춘호 농심 회장의 막내 딸인 신윤경씨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과 결혼하면서 아모레퍼시픽과도 사돈관계로 맺어진다.  최근 서경배 회장의 큰 딸인 서민정 씨가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의 큰 아들 홍정환씨와 약혼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범 삼성家와도 인연이 맺어지게 된다. 홍석준 회장의 누나가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여사다.

재계는 김 회장이 아버지 김준기 전 회장의 경영 신화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를 주목한다. 고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의 장남인 김준기 전 회장은 재계에서 '원조 청년 신화' 주인공으로 손꼽힌다. 1944년생인 김 전 회장은 불과 25세였던 1969년, 그룹의 모태인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설립했고, 설립 31년 만인 2000년에 동부그룹을 재계 10대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그 이후 동부그룹은 확장을 위한 무리한 차입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결국 동부건설, 동부제철(현 KG동부제철), 동부팜한농(현 팜한농) 등 비금융 계열사들을 매각해야 했다. 결국 추락을 거듭해 올해 5월 1일 현재 DB그룹은 재계 39위로 외형이 축소된 상태다.

현재 DB그룹을 이끄는 두 축은 금융과 제조부문지만 금융분야가 절대적이다. DB손보와 DB생명, DB금융투자 등 금융계열사가 차지하는 그룹 전체 매출 비중이 약 90%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부문 포함 자산규모는 66조원이며, 매출액은 21조원이다.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앞으로 많은 부분에서 변화하게 될 것이다. 그 변화는 지속성장하는 기업이 되기 위한 일관된 과정이며 피할 수 없는 도전이 될 것"이라면서 "변하지 않는 것은 저와 임직원 여러분들의 열정과 헌신"이라고 밝혀 DB그룹의 대대적인 지형도 변화를 예고했다. 과연 김 회장은 DB그룹을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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