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지시 및 출퇴근 보고 본사지시 따라 수행 … 계약서에 명시 된 근로자성이 핵심
2심 끝나도 대법원 판결남아 … "자칫 보험설계사까지 퇴직금 줄 수도"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지난 20018년 오렌지라이프에서 지점장으로 있다 계약이 해촉 된 24명의 사업가형 지점장들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낸 집단 퇴직금 청구소송이 현재 2심까지 진행 됐지만 결국 기각됐다.

다만 해당 판결이 워낙 첨예한 이권이 걸려있다는 점에서 향후 진행 될 대법원 판결 결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보험업계 전반적인 큰 파고가 예상되고 있다.

◇ 업무지시 및 출퇴근 보고 본사지시 따라 수행 … 계약서에 명시 된 근로자성이 핵심

17일 전국보험설계사노조에 따르면 오렌지라이프 전 지점장들이 낸 퇴직금 집단 청구소송에서 끝내 2심 재판부가 기각을 결정했다. 이번에도 1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지점장들에 대한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설계사노조 측은 대법원 상고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업가형 지점장이란 IMF이후 보험사들이 생산성을 목적으로 원래 정직원이었던 지점장들을 설계사 신분으로 전환시키면서 전면에 등장한 제도로 사실상 정직원을 비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과정 중 만들어진 산물이다.

그래서 사측은 사업가형 지점장 전환을 선택한 지점장들에게 판매량에 따라 보다 많은 수당을 가져가도록 했지만 반대로 설계사 신분이기에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얼마든지 설계사와 동일하게 보험사가 마음대로 계약을 해촉할 수 있었고 퇴직금 또한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지난 2018년 12월 한화손해보험 출신 사업가형 지점장 9명이 낸 퇴직금 청구소송이 2심에서 승소하면서 한화손해보험으로부터 퇴직금을 받았다는 점이다.

당시 쟁점이 됐던 것은 사업가형 지점장의 근로자성을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느냐 여부였는데 법원은 한화손해보험과 지점장과 위촉계약서에 명시 됐던 출퇴근 시간을 근거로 본사로부터 지시와 감독을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했다.

즉 사측으로부터 관리감독 감시를 받고 출퇴근 시간을 보고받는 증거만 남아있다면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선례가 된 셈이다. 그러나 뒤이어 소송을 낸 오렌지라이프 사업가형 지점장들의 위촉계약서엔 출퇴근이 명시 돼 있지 않아 1심에서 근로자성을 인정 못 받았다.

위촉계약서에 약관이 없다는 것이 발목 잡은 건데 이를 퇴직자들은 출퇴근 시간을 보고하고 사건마다 집합을 하는 등 본사의 명령에 충실히 움직였다는 문자메시지, 녹음, 동영상 등 자료들을 모아 증거로 다시 제출한 상황이다.

뒤이어 퇴직금 소송을 진행 중인 미래에셋생명, 메트라이프생명, 한화생명도 비슷한 상황으로 모두 1심에서 재판이 멈춰있다. 이들은 법원이 오렌지라이프의 결과를 지켜보고 있어 2심 재판은 향후 판례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 2심 끝나도 대법원 판결남아 … 자칫 보험설계사까지 퇴직금 줄판이라 '민감'

결국 대법원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상황이지만 보험사는 이번 판결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공동 된 연대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전국의 사업가형 지점장들이 4000여명이 넘는데다 속속 사업가형으로 전환하는 보험사도 늘어나면서 퇴직금 문제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고용보험과 더불어 또 하나의 뇌관이 될 수 있다. 특히 설계사들이 집단으로 퇴직금 문제를 들고 나올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에 소송을 진행 중인 오렌지라이프의 경우 신한생명과 합병이 이제 채 1년이 남지 않은 상황으로 자칫 합병 후 대법원 판결이 나올 경우 신한금융그룹 입장에선 그야말로 대형악재다.

신한생명은 그동안 사업가형 지점장제도가 없던 회사였지만 오렌지라이프 때문에 이미지를 갉아먹게 생긴 것으로 국내를 대표하는 금융그룹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국가에서 공개적으로 요구할 경우 졸지에 모든 부담을 안을 수도 있다.

동시에 해당 판결은 사법부도 부담이다. 단순하게 퇴직자 몇 명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고 끝낼 문제가 아닌 금융권과 보험업계 전반 큰 영향을 끼치는 판결이라 부담을 가지고 있어서다. 앞서 언급했던 타 보험사들의 판결이 미뤄지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다만 앞서 승소한 한화손해보험의 경우 위촉계약서에 출퇴근 시간이 명시 된 까닭에 법원도 근로자로 인정하게 됐지만 오렌지라이프의 경우 위촉계약서에 출퇴근 시간뿐만 아니라 본사에서 근무를 지시받는 것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작성 돼 있다.

오렌지라이프 사업가형 지점장들은 당시 분위기가 계약서를 확인할 시간조차 안 주고 강압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분위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서명을 하게 됐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법원이 이를 앞으로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특히 보험설계사는 개인사업자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대법원의 판례가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한 판례나 판단이 나와야만 가능하다.

이에 오렌지라이프 측 관계자는 “지난 2018년 12월 이미 사업가형 지점장은 개인사업자로 보험설계사 신분으로 재량권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지점을 운영하고 그 실적에 상응하는 수수료를 받아왔던 점을 들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지점장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측의 지시 감독을 받은 종속적인 관계로 보기 어렵기에 독립적인 사업자로 보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반면 보험설계사노조 측은 “2심에 준비한 자료가 명백한데 상위관리자가 업무지시를 한 것을 증거로 제출했지만 사측에선 그 사람도 계약직이고 그 사람 개인지시로 이뤄져 사측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 것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 같아 실망스럽다”며 “대법원 상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채권추심회사 퇴직자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독립사업자 위촉계약서를 쓴 사람들이지만 회사를 상대로 집단 퇴직금 소송을 제기해 끝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이 났다”며 “당시 이들도 재판도 1심 2심에서 근로자성 인정할 수 없다며 패소했지만 대법원에서는 그 사람이 계약서를 작성했더라도 근로형태가 인정된다며 원심을 파기한 사례가 있는 만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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